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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사와 문화, 미래의 가치를 품고 있는 서울 한양도성에서
      우리의 가치를 경험할 수 있는 길을 찾고, 그 길을 걷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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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양도성 오디오 가이드 4_성벽 유실 구간과 인왕산 구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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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양도성 오디오 가이드 4_성벽 유실 구간과 인왕산 구간

    < 한양도성, 잃어버린 길 그리고 잊힌 시간들 >
    * 코스 : 남지 터 - 소덕문 터 - 정동길 - 돈의문 터 – 행촌동 성곽 마을 – 인왕산 구간


    서로 다른 문명이 만나 충돌하다 보면 훼손되거나 사라집니다. 그러나 바람처럼 눈에 보이지 않지만 우리 곁에 존재하는 게 있습니다. 문명 또한 눈에서 사라지더라도 분명 존재하는 게 있는데 그것은 ‘정신’입니다. 한양도성 순성길은 역사 속에서 유실되고 훼손되었습니다. 하지만 사라진 성곽 주변의 흔적을 더듬어보면 그 시대의 정신이 여전히 살아서 숨 쉬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이번에 걷는 길은 성벽 유실 구간과 인왕산 구간입니다. 지하철 서울역 3번 출구에서 시작해서 경복궁역 2번 출구에서 끝나는 길입니다. 성벽이 유실되었더라도 새로운 마음과 시선을 가지고 걷다 보면 잊지 말아야 할 것들과 만나게 됩니다. 지금부터 그 길을 안내하겠습니다.

    서울역 3번 출구에서 직진하면 도로변 끝 오른쪽에 남쪽 연못이었던 ‘남지 터’ 비석이 있습니다. 그곳에서 대한상공회의소 건물 방향으로 길을 건넙니다. 성벽에 있는 표지판에는 조선 태조 5년에 축성된 한양도성 옛 성벽을 2005년에 복원했다고 쓰여 있습니다. 건물 앞이라서 성벽을 낮은 담장처럼 복원한 것 같습니다. 이 성벽을 따라 ‘돈의문 터’ 방향으로 걸어갑니다.

    길 끝에서 고가도로가 보이는 찻길과 만나는 오른편 길가에 ‘소덕문 터’ 비석이 있습니다. 소덕문은 서울의 서소문으로 태조 5년에 세웠다가 1941년에 일제가 철거한 문입니다. 그곳에서 길 건너편을 바라보면 평안교회가 보입니다. 중앙일보 건물 앞에서 횡단보도를 건너 평안교회와 경남은행 사잇길로 걸어갑니다. ‘한양도성 돈의문 터’ 표지판을 확인하고 걸어가면 오른 편에 배재빌딩이 보이고 바로 배재공원과 만납니다. 배재공원은 1885년 미국 선교사 아펜젤러가 최초로 서양문물을 소개한 신교육과 신 문화의 발상지인 배재학당 옛 터입니다. 공원을 가로질러 나와서 정동제일교회 앞까지 걸어갑니다.

    정동제일교회는 배재학당 교장이었던 아펜젤러가 1885년 설립한 한국 최초 개신교 교회입니다. 이곳은 1918년 한국 최초로 파이프 오르간이 설치되었고 최초 서양식 결혼식도 열렸습니다. 일제강점기 때 독립운동을 했던 이화여고생 유관순의 장례식이 거행된 곳이기도 합니다. 정동제일교회 맞은편에는 정동극장이 있고 극장 바로 옆 골목으로 들어가면 덕수궁 중명전이 있습니다. 이곳은 1899년도에 지어진 황실 도서관입니다. 고종이 1904년 지금의 덕수궁인 경운궁 화재 이후 1907년 강제 퇴위 될 때까지 머물렀습니다. 1905년 을사늑약을 체결한 비운의 장소이기도 합니다.

    정동 거리는 근대유산 1번지로 당시 최신식 교육기관과 외국 대사관, 언론기관이 자리하면서 활발한 교류가 이루어졌던 외교와 문화의 중심지였습니다. 서로 다른 문명이 충돌하고 흡수되어 태어난 새로운 가치관은 사람들을 변화시켰고 새로운 문화가 형성되었습니다.

    성벽이 사라진 이 거리에서 옛 성벽을 기억하는 게 있다면 500년 세월을 버텨낸 정동 회화나무가 아닐까 싶습니다. 정동 캐나다 대사관 앞에 있는 회화나무는 높이 17m, 지름 5.16m의 거목입니다. 2003년 캐나다 대사관을 신축할 때는 나무뿌리를 고려해서 건축 디자인을 변경했다고 합니다. 정동 거리는 역사와 생명을 존중하는 마음을 배우는 길이기도 합니다.

    정동 사거리에 다다르면 신호등 건너편에 목재로 벽을 세운 ‘돈의문 터’가 보입니다. 돈의문 터를 지나 언덕길을 오르면 강북삼성병원 주차장이 나오는데 그 입구에 ‘경교장’이 있습니다. 경교장은 대한민국 임시정부 마지막 청사입니다. 1949년 백범 김구가 저격을 받아 서거할 때까지 3년 7개월을 머물렀던 곳입니다. 2005년 사적 제465호로 지정된 이곳은 건물 내부 모습이 복원되어 있습니다.

    백범 김구가 쓴 ‘나의 소원’이라는 글은 늘 우리의 정신을 일깨웁니다. ‘나는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라가 되기를 원한다. 가장 부강한 나라가 되기를 원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의 부력은 우리의 생활을 풍족히 할 만하고, 우리의 강력은 남의 침략을 막을 만하면 족하다.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다. 문화의 힘은 우리 자신을 행복 되게 하고, 나아가서 남에게 행복을 주겠기 때문이다.’ 한양도성도 우리나라를 아름다운 나라로 만들어주는 문화유산입니다. 흔적을 더듬어가면서 우리가 잃어버린 정신이 없는지 찾아봐야 합니다.

    경교장을 나와 왼쪽 길로 계속 올라갑니다. 서울시 복지 재단 건물을 끼고 오른 편에 한양도성 인왕산 정상 표지판이 있습니다. 표지판을 따라 걸어가면 월암근린공원이 나오고 공원을 가로지르면 ‘어니스트 베델 집터’ 표지판이 나옵니다. 영국인 베델은 1904년 조선에 와서 그해 7월에 대한매일신보를 창간하고 항일 언론활동을 지원했습니다.

    공원을 나오면 좁은 주택단지 골목길이 이어집니다. 막다른 곳까지 오면 양 갈림길을 만나는데 오른쪽 길로 방향을 잡은 뒤 바로 왼쪽 길로 걸어갑니다. 길을 다 빠져나오면 인왕산으로 올라가는 사직 근린공원 힐링 숲 입구가 보입니다. 이곳은 행촌동 성곽 마을로 성곽의 내벽과 외벽을 다 볼 수 있는데 먼저 외벽을 따라 걸어보는 것도 좋습니다. 외벽을 따라 걷다가 암문이 나오면 문으로 들어가서 이제부턴 내벽을 따라 걸어야 인왕산으로 올라갈 수 있습니다.

    양옆으로 성벽과 나무가 길게 늘어선 길을 걷다가 한양도성 탐방로 흙길로 발걸음을 내딛습니다. 오르막길이라 꽤 힘이 드니 단단히 마음을 먹어야 합니다. 성곽의 외벽을 끼고돌다가 인왕산 정상 방향으로 다시 길을 잡고 성벽 안으로 들어옵니다. 탐방로 주변으로 기차바위, 치마바위, 범바위 같은 자연이 만든 바위를 볼 수 있습니다. 비와 바람이 깎은 바위와 사람의 손길로 깎아 쌓아올린 성벽이 어우러진 산의 정취는 정상에서 더욱 상승합니다. 인왕산 정상에 올라 산 아래를 굽어보면 청와대와 경복궁, 광화문 일대는 물론 청운동 효자동의 낮은 주택까지 눈에 들어옵니다. 끝없이 아래로 뻗은 성곽도 사람의 손으로 일군 거대한 문명으로 장대한 풍경을 선사합니다.

    이제 윤동주 문학관 방향으로 내려갑니다. 중간에 양 갈림길이 나오면 창의문으로 직진합니다. 중간에 나무 문으로 막힌 곳이 나오는데 야생동물의 성곽 출입을 막기 위한 것이니 문을 열고 들어가 다시 문을 닫으면 됩니다. 나무계단을 밟고 성곽의 외벽을 따라 내려갑니다. 성곽은 안보다 밖에서 볼 때 전체가 더 잘 보입니다. 그러고 보면 역사 또한 시간이 어느 정도 흘러가야 그때 일어났던 일들의 의미를 더 잘 헤아릴 수 있습니다. 나무계단이 끝나면 이제 성벽 안으로 들어와 걷습니다. 어느새 산에서 내려와 도로에 발을 딛게 됩니다. 길을 건너 표지판을 보고 창의문 방향으로 걷습니다. 곧 윤동주 문학관과 만납니다.

    시인 윤동주는 짧은 인생을 보냈지만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민족시인 가운데 한 사람입니다. 그의 시에는 일제강점기 시절의 아픔이 담겨있습니다. 윤동주가 쓴 시 ‘새로운 길’은 성곽길을 걸으면서 읊으면 더 깊이 있는 걸음으로 우리를 안내합니다.

    ‘내를 건너서 숲으로
    고개를 넘어서 마을로
    어제도 가고 오늘도 갈
    나의 길 새로운 길
    민들레가 피고 까치가 날고
    아가씨가 지나고 바람이 일고
    나의 길은 언제나 새로운 길
    오늘도... 내일도...
    내를 건너서 숲으로
    고개를 넘어서 마을로’

    비록 같은 길이라도 새로운 마음과 시선을 가지고 걷는다면 우리의 길은 늘 새로운 길일 것입니다. 윤동주 문학관을 나와 버스를 타고 지하철 경복궁역 2번 출구에서 내립니다. 이제 집으로 돌아가 오늘의 길을 정리하고 내일 걸어갈 길을 새롭게 꿈꾸어보면 어떨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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