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reative Lab
  • INTRO
  • CREATOR
  • TOPIC
  • HOT
  • 이가영의 LES ESSAI
    제대로 읽고 쓸 수 있으며, 명확하게 말하고, 섬세하게 들을 수 있기를 원합니다
    Gayoung Lee
    Writer
    이가영 / 상세보기
    5월의 인상 (2016-05-09)
    추천수 170
    조회수   1,761
    5월의 인상
    글 : 이가영 (작가)

    햇살은 따사롭고 온몸이 쑤신다.
    이유 없이 그냥 졸릴 때.
    아 벌써 오월이던가.
    시간은 아무래도 축지법을 사용할 줄 아는 것 같다.
    입춘을 벚꽃을 휘날리며 팔 벌린 때가 정말 지난 주말서부터, 어쩌면 한 달 전쯤이었다고 굳게 믿고 있었다. 하지만 마음의 시간과는 다르게 벌써 입하고, 해도 길어졌다. 겨울에 이어 봄으로 가는 갑작스러운 기온 차이에 몸은 적응하지 못했고 춘곤증과 매번 티격태격 데다가, 서로 지쳐 휴전을 합의한 게 얼마 전 일이다. 근데 또 협상해야 하나, 그처럼 심술궂고 변화무쌍해서 나로서는 도저히 그 기분을 맞춰 줄 수가 없다. 방충망 바둑말처럼 붙은 벌레들은 덤이다. 대체 창문 어느 틈으로 들어오는 건지 작년에도 그 미스터리를 풀지 못했다. 그런데 다시 출중한 그들이 온다니!
    그런데 엉뚱하게도 그 체념의 순간에, 어떤 사진작가가 그토록 사람들이 점프하는 모습을 찍는 게 흥미로웠다는 건지 이해가 간다. 급작스러운 계절의 습격에 이 어찌할 수 없이 시간이 주는 기묘한 박탈감과 긴장감을 어떻게 표현할까? 그러다 어제의 나가 오늘의 나와 같은 사람인가 하는 기묘한 질문까지 하게 되면, 본래 한 사람의 내면을 자기 자신조차 알기 쉽지 않다는 사실을 곱씹어본다. 사실 볼 수 없는지도 없다. 그래서 더 흥미롭다.
    그렇대도 때로는 한 사람의 작은 행동들로 짐작은 해본다. 가령 이미 그 자체로 하나의 무대로 존재하는 얼굴, 그 근육의 눈빛을 해석하고 배경음처럼 깔리는 목소리 같은 몸짓으로. 그리고 아주 자주 이런 표식들로 누군가의 내면을 알아낼 수 있다고 착각한다. 물론 좋은 단서들이지만, 결코 총체적일 리 없다. 대려 짙은 안개를 사방에 흩뿌려 그 실체를 더욱 알 수 없게 한다 할까?
    그 모든 연속적인 모습들이 모여 만들어진 시간, 한 사람의 생은 곧 연극이며 이미 하나의 섬세한 이야기 그 자체다. 그럼 이런 계절을, 시간을 무대로 걸어둔 우리는 어떤 표정과 몸짓을 지어야 걸맞나? 사진작가들은 특히 인물 사진을 많이 찍는 이들은 바로 그 점에 집착하는 사람들이다. 언젠가 어떤 무대에서 주인공이 대체 무슨 생각으로 몸짓과 표정을 짓는지, 카메라를 돌아보던 그 순간 자신에게 무엇을 들켰는지에 희열을 느낀다. 마치 비공식적인 심리학자처럼, 어느 순간에 셔터를 누를지 결정하는 것은 그 찰나에 그 사람의 가면 속에 읽히는 비밀이 무방비로 드러날 때. 필립 할스만은 그런 사진을 찍는 작가였고, 그 독특한 관점이 담긴 사진들은 우리가 이미 너무 유명해서 굳어져있던 유명 인사들의 이미지를 벗겨내고, 한 사람으로서 그들의 실재를 엿보게 해준다. 그는 그렇게 사진을 통해 우리가 너무 익숙해진 그 가면 안에 민얼굴을 포착해내는 일을 사랑했다.
    엄밀히 그 어떤 예고도 동의도 없이 타인의 은밀한 내면을 캐내는 일이 비도덕적일 수 있지만. 그의 사진들은 확실히 특이한 아름다움을 지녔다. 그렇게 다양한 몸짓으로 순간의 날아오름으로 무중력 세상에서 하늘을 산책하듯, 마음을 열고 실컷 웃으며 즐거워지는 시간, 자신을 내보이던 천진한 순간들…….
    누구나 가지고 있는 마음 안 깊숙한 무언가를 주인공이 침범당하지 않기 위해 긴장하는 순간, 불쑥 온전한 타인이 그 염려스런 얼굴 앞에 렌즈를 갖다 댄다.
    “마를린. 우리 그냥 뛰는 거 어때요?”
    “네? 여기서요?”
    “그렇게 고상히 앉아서 카메라만 노려보지 말고, 제자리에서 힘껏 뛰어보세요.
    폴짝폴짝 토끼처럼!”

    “내가 대상의 얼굴을 볼 때마다 숨는 것이 있다.
    하지만 때로는 바로 진실이 드러나기도 한다.
    이 부분이 그 사람의 신비함을 더한다.
    이러한 표정들을 포착하는 것이
    내 인생의 목표이자 열정이 되었다.”
    - 필립 할스만(Philippe Halsman / 1906.05.02~1979.06.25)

     

    _이가영은 끊임없이 오랜 시간 동안 소설 쓰기를 하는 작가다. 제대로 읽고 쓸 수 있으며, 명확하게 말하고, 섬세하게 들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그녀는 소설로 등단을 하겠다는 꿈을 갖고 있는 "글을 쓰는 사람"이다.
    추천스크랩 목록
    PRE ‘4’월의 맛 (2016-04-11)
    NEXT 6월의 안과 밖 (2016-06-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