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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washin S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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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겸손은 아름다워
    name : 손화신    date : 2017-03-02 13:42:30
    추천수 19
    조회수   439
    겸손은 아름다워
    글 : 손화신 (작가)

    집념이 인간의 숭고함이라면, 겸손은 인간의 아름다움이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예전부터 겸손이란 덕목에 유독 마음이 갔다. 무언가를 되게 잘하는데도 겸손한 사람을 보면 그렇게 예뻐 보일 수가 없었다. 모두에게 천재로 칭송받는 사람이 아무렇지 않게 자신을 낮추는 모습도 보기 좋았다. 그 겸손의 뒷모습이 내숭인지 위선인지 알 도리는 없지만, 어쨌든 그런 마음마저 감추고 겸손을 표하는 행위 자체만으로도 인간의 아름다움은 충분히 발현된다고 생각한다.
    한때는 겸손과 자신감이 무척이나 헷갈렸다. 자신감을 가지자니 겸손함을 잃는 것 같고, 겸손하자니 자신감이 줄어드는 것 같았다. 하지만 자신감과 겸손은 서로 불협하는 관계가 아니라는 것을 살면서 점점 깨닫게 됐다. 자신감과 겸손은 그냥, 아무런 관계도 아닌 거다. 자신감 있으면서도 동시에 겸손한 것이야말로 가장 아름다운 태도라고 그리 생각하며 살아가고 있다.
    겸손한 사람이 아름답게 느껴지는 건 왜일까? 이런 답 없는 질문을 던져본 적 있다. 그리고 나름의 답안을 작성해봤더니, 겸손한 사람의 마음바탕에는 자신을 낮추는 미덕이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또한 자신을 낮춤은 곧 타인을 섬기는 미덕과 통하고 있었다. 내가 최고가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의 여지는 타인에 대한 인정을 가능하게 해준다. 나의 뛰어남뿐 아니라 남의 뛰어남도 눈여겨 볼 수 있는 넓은 시야를 가진 사람은 내면의 마음밭 역시 넓고 풍요롭다. 또한 겸손이란 워낙 아이러니한 것이어서 자신을 낮추면 낮출수록 더욱 높여주어 오히려 아름다운 빛을 더해준다.
    겸손과 자신감이 아무런 관계가 없는 반면, 겸손과 자랑은 꽤 관련이 깊다. 겸손한 사람은 자신의 과거를 자랑하는 일과 미래를 자랑하는 일 앞에서 조심스러운 반면 겸손하지 못한 사람은 그러한 조심성이 없다. 과거의 영광으로 사는 사람만큼 초라한 자가 또 있을까? 미래도 마찬가지다. 성경에는 하루 사이에 무슨 일이 생길지 알 수 없으니 내일 일을 자랑하지 말라고 쓰여 있다. 내일 일이 99% 확실하다고 해도 나머지 1%가 채워질 때까지 잠자코 기다릴 줄 아는 마음은 겸손한 마음이다. 아무리 확실해 보이는 일일지라도 모든 일은 일어나야 일어난 것이다. 일 잘 끝내고 기분 좋게 퇴근하다가도 상사의 가발에 내 가방 고리가 걸리지 말라는 법은 없다. 훌러덩 벗겨진 가발을 쥐고서 부들부들 떨던 대머리 상사가 진급 대상자 명단에서 내 이름을 빼버릴지 누가 알겠나? 내일 일을 자랑하며 김칫국을 마셨다가, 시원했던 김칫국이 눈물 빼게 매운 뒷맛을 내며 배신하는 수가 있다.
    하지만 자랑하고 싶은 욕구만큼 간지러운 것도 없다. 코끝에 깃털 하나 달린 듯 재채기 같은 자랑이 튀어나올라치면 “인생지사 새옹지마” 하고 주문이라도 외워서 자랑의 수위를 낮춰야 하겠다. 과거와 미래를 지나치게 자랑하지 않는 일은 과거의 영광을 더욱 찬란하게 하고, 내일 일어날 좋은 일에 더 큰 영광을 저축하는 일 아닐까? 물론 현재에 좋은 일이 생기면 주위에 자랑도 좀 하고, 함께 기쁨을 나누는 건 인간답고 좋은 일이다. 다만 그 자랑의 크기가 너무 비대해지거나 자랑의 길이가 너무 길어지지 않도록 하는 게 좋다. 꼬리가 길면 밟힌다는 말처럼 자랑도 너무 꼬리가 길면 시기하는 세력에 밟힐 수가 있다.
    동화작가 강미정의 <자랑을 하지 말아야 하는 이유>라는 짧은 글을 지하철 플랫폼에서 본 적 있다. 거기엔 이렇게 적혀있었다. “자랑할 일이 생긴 사람은 그 자체로도 눈이 부십니다. 거기다 자랑의 말까지 떠들어대면 너무 눈이 부셔서 눈살을 찌푸릴 수밖에 없습니다.” 겸손이란, 그 자체로 눈부신 사람이 타인을 위해 자신의 빛을 은은하게 조절하는 배려가 아닐까 생각했다.

    - 작가의 에세이 <나를 지키는 말 88>에 실린 글입니다

     

    _손화신은 에세이 <나를 지키는 말 88>의 저자다. 스피치 모임을 10년 동안 진행해오며, 진정한 말은 침묵으로부터 나온다는 것을 깨달았다. ‘제대로 된 한 마디’를 하기 위해 말의 뿌리인 침묵 안에서 우리가 무엇을 키워나가야 하는지를 이야기한다. 현직 음악담당 기자이며, 길스토리 프로보노이자 카카오 브런치 작가로도 활동 중이다. 글 쓰는 것을 가장 좋아한다. ( 브런치 주소: brunch.co.kr/@ihearyou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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