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ck 1.
길상사
Track 1. 길상사
평화로운 세상을 만날 땐,
있는 그대로 걸어보세요.
그래야 설렙니다.

뜰 옆의 느티나무
한 뼘 높이의 돌탑
물 위에 핀 수련
졸졸 좁은 계곡
기왓장 그늘 숲
눈 높이의 돌담
나무그늘 평상
작은 대나무 숲
해가 머무는 툇마루

앉을 곳을 고르는 것 만으로도
마음에 여유가 생깁니다.

맑고 향기로운 길상사,
서울 안에 있습니다.
Track 2.
성북설명
Track 2. 성북설명
길상사를 뒤로하고 길을 내려오면
담이 높게 솟은 저택과 외국 대사관이
큼직큼직하게 눈길을 사로잡습니다.

인적이 드물다 보니, 한 낮인데도 불구하고
발자국 소리가 매우 선명하게 들려오네요.
이내, 길을 내려와 도로 하나를 건너면
눈 앞의 경치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옹기종기 모여있는 지붕집으로 바뀝니다.

시야를 가로막는 빌딩 하나 없는 하늘과
그 아래 북악산을 빙 두른 성곽을 보면
서울이 맞나 하는 착각도 들고,
저 아래 내려다보이는 아늑한 마을 풍경은
도시를 멀리 떠나온 느낌마저 줍니다.

살다 보면, 기분전환을 필요로 하지만
선뜻 어디로 출발하기 애매한 시간들 있지요.
답답한 도시를 단숨에 벗어나고 싶다면
가까운 성북은 어떨까요?

한양도성의 출발점,
성곽이 보이면 성북이 보입니다.
Track 3.
쌍다리
Track 3. 쌍다리
요즘 서울의 핫플레이스는 어디라고 생각하시나요?
조선시대 핫플레이스는 바로 이곳, 쌍다리였습니다.

지금이야 터의 흔적만이 남아 있는 모습이지만,
그 시절에는 트렌드를 주름 잡던 문화인들이
바로 이 쌍다리 부근에 떠들썩하게 찾아왔다더군요.

북악산 바위를 타고 내려온 빗물이 천을 이루고,
봄이면 그 주변으로 연분홍색 복숭아꽃이 지천으로 피고 지니,
소위 낭만 좀 즐긴다는 모던 보이들의 발길이
이곳 성북천으로 이어진 이유겠지요.

그래서 아예 거처를 옮긴 문인들도 많았다는 군요.
이들의 업적과 작품을 근대문화사에서 모두 빼버린다면
한국문화사의 흐름이 딱 끊길 정도라고 하니,
실로 유서 깊은 물길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예나 지금이나 문화와 예술은
젊음과 낭만을 따라 흐르고 있었나 봅니다.

지금도 예술인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는
성북의 쌍다리입니다.
Track 4.
심우장
Track 4. 심우장
성북구립미술관 건너편 길을 5분 정도 오르면,
도포를 걸친 한용운 동상이 벤치에 앉아있습니다.
그 옆으로 ‘님의 침묵’ 시가 적힌 비석도 보입니다.

나무계단을 따라 조금만 위로 올라가면
좁고 비탈진 골목길이 나타납니다.
그 길을 곧장 가면, 심우장입니다.

깨달음에 이르는 과정을 소를 찾는 것에 비유한
심우장은 승려이자 시인, 독립운동가였던 한용운이
마지막 생을 보낸 작은 한옥입니다.

작지만 함부로 쳐다볼 수가 없습니다.
심우장은 조선총독부가 있는 남쪽을 등지고
북향으로 지었다고 합니다.

조국의 빛이 아니면 등을 돌렸던 한용운.
그런 고집스러운 모습 뒤에는,
지금까지 찬란한 후광이 비추고 있습니다.

집 안은 전시공간입니다.

눈부신 북향,
심우장
Track 5.
최순우 옛집
Track 5. 최순우 옛집
한옥은 외형뿐만 아니라,
집에서 바라보는 경치나 분위기로도
집의 품격을 따졌다고 하는군요.

성북에는
한국의 전통미를 남다른 안목으로 바라본
미술사학자 최순우도 살았다고 합니다.

한옥의 미를 더 느끼고 싶다면
산책겸해서 들러보는 건 어떨까요?

근데, 심우장에서는 조금 멉니다.

들어서면 깊은 산중,
최순우 옛집
Track 6.
골목길
Track 6. 골목길
와, 서울 참새는 여기에 다 있는 것 같아요.

길을 읽어주는 남자 성북편은
무릎 관절의 협찬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산 언덕에다가 그대로 지은 집들이라서 그런지
골목골목이 마치 뭐라고 그럴까,
롤러코스터 같은데요.

아, 잠시만요.
앞만 보며 올라갈 때랑은 조금 다르게
제 등뒤로 지붕 수백 채가 보이고,
또 제 옆에는 화분들이 줄 맞춰서 있네요.
요 너머로는 집안 살림살이가 바로 눈 앞에 들어오고요.

자, 이렇게 모퉁이만 돌면
안쪽에는 뭐가 기다리고 있을까요?
엄청 궁금해지는데,
여러분들도 궁금하시죠?

한 바퀴 휘~돌아볼까요?

서울의 마지막 달동네, 북정마을의 골목길입니다.

아이고, 왜 이렇게 높아~
Track 7.
북정마을
Track 7. 북정마을
천천히 흐르고 싶은 그대여,
북정으로 오라.
낮은 지붕과 좁은 골목이 그대의
발길을 멈추게 하는 곳
삶의 속도에 등 떠밀려
상처 나고 아픈 마음이 거기에서
느릿느릿 아물게 될지니.

넙죽이 식당 앞 길가에 앉아
인스턴트커피나 대낮 막걸리 한 잔에도
그대, 더 없이 느긋하고 때 없이 행복하리니.

그저 멍하니 성 아래 사람들의 집과
북한산 자락이 제 몸 누이는 풍경을 보면
살아가는 일이 그리 팍팍한 것만도 아님을
때론 천천히 흐르는 것이
더 행복한 일임을 깨닫게 되리니.

북정이 툭툭
어깨를 두드리는 황홀한 순간을 맛보려면
그대, 천천히 흐르는 북정으로 오라.

성북에서 줄곧 살아오신
최성수 시인의 ‘북정, 흐르다’ 였습니다.
Track 8.
북정카페
Track 8. 북정카페
오늘도 구수한 막걸리 향과
너털웃음소리가 거리를 가득 채웁니다.

북정카페는 마을 어르신들의 랠리포인트
대부분 70대 할아버지와 할머니들이세요.

칼 군무로 채소를 다듬는 할머니들 옆에는
언제나 손때 묻은 윷이 허공을 날아다닙니다.

윷가락이 두 개 이상 멍석을 나가면 실패랍니다.

어르신들께서 술 한 잔을 권하십니다.

저... 안 되는데...
그래도 주시는 거니까...

어르신,
있는 그대로 부어주세요.
그래야 설레요.
Track 9.
북정마을의 밤
Track 9. 북정마을의 밤
오후 6시, 수다쟁이도 입을 다뭅니다.

북정마을의 밤은 일찍 찾아옵니다.
창문에 하나 둘, 불빛이 켜질 때쯤
밤 하늘에는 달의 민낯이 나타나고,
가로등은 또 작은 달처럼 떠 있습니다.

성곽의 조명까지...

달을 보는 것 이외에 할 건 없습니다.

달빛 독차지,
북정마을의 밤입니다.
Track 10.
서울성곽
Track 10. 서울성곽
서울성곽에 오르면 성곽을 사이에 두고
도성 안과 밖의 야경이 확실하게 구분이 됩니다.

성곽이 시간의 흐름에 선을 그은 듯이,
도성 밖, 성북에는 노란 가로등 빛이 가득하고
안쪽은 대낮처럼 밝은 도시가 보입니다.

그런데 이 노란 가로등 조명이
저 도시보다 환하게 느껴지는 건
우리가 잊고 살았던 이웃사촌의 옛 모습을
성북에서 만났기 때문은 아닐까요?

성곽은 사람 사이의 정도 지켜내고 있었나 봅니다.
Track 11.
길을 읽어주는 남자
Track 11. 길을 읽어주는 남자
길에는 사람이 있고
사람에게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우리가 걸어온 길이
우리의 역사이고,

그 안에 담긴 사람들의 이야기가
우리의 문화입니다.

길을 읽어주는 남자.

함께 길을 걷다 만난 사람들의
세상사는 이야기를 전합니다.

당신과 함께 이 길을 걷고 싶습니다.
Track 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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