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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손화신의 조용한 수다방
    당신의 따뜻한 말 한 마디에 세상은 흐드러지게 피어나고
    Hwashin Son
    Writer
    손화신 / 상세보기
    오늘 내가 한 실수를 자랑 하겠습니다
    추천수 141
    조회수   1,094
    오늘 내가 한 실수를 자랑 하겠습니다
    글 : 손화신 (작가)

    “탱고를 추는 걸 두려워 할 필요가 없어요. 인생과는 달리 탱고에서는 실수가 없거든요. 실수를 해서 발이 엉키면, 그게 바로 탱고랍니다.”
    - 영화 <여인의 향기>, 알 파치노(프랭크 슬레이드 역)의 대사
    실수는 행복이 그렇듯 제각각이어서, 어떤 사람에게 실수라고 여겨지는 일이 다른 사람에게는 전혀 실수가 아니기도 하다. 아이에겐 방바닥에 쏟은 물도 실수의 흔적이 아니다. 어른들은 바닥에 물을 쏟았을 때 "실수했어!"라고 말하며 당황해하지만, 물을 쏟은 게 잘못한 일일까 생각해보면 막상 그렇지도 않다. 우리는 물을 쏟지 않기 위해 태어난 존재가 아니니까.
    물을 쏟고도 당당한 어린이는 실수를 모르는 자유의 전령이다. 그들은 모래성을 쌓다가 무너지면 끼륵끼륵 갈매기처럼 웃어버린다. 모래성의 주인은 자신이니까 무너졌다고 해서 실수를 했다고, 잘못을 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완성된 모래성을 선생님에게 숙제로 제출하고 점수를 받아야 하는 '학생' 이전의 어린이는 아무렇지 않게 모래성을 망가뜨리고 나서 또 쌓으며 논다.
    그러다 학교를 다니고, 회사에 들어가서 매 순간 평가를 받다 보면 무너진 모래성 앞에서 웃지 못하는 인간이 되는 것이다. 우리가 물을 쏟고서 습관처럼 실수했다고 말하는 건 물을 쏟으면 엄마한테 혼났기 때문에, 그것이 실수라고 학습된 탓일지도 모른다.
    좀 더 어린이같이 산다면 나의 실수들은 '잘못'이 아니라 그냥 '웃긴 일'이 돼버릴 것이다. 친구에게 “내가 웃긴 이야기 하나 들려줄게” 하고 무용담 늘어놓듯 내 실수들을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실수에 한바탕 웃어버리거나, 아무렇지 않게 자기 실수를 떠벌리는 건 주인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내 인생은 내 것이니까, 내가 나에게 실수하는데 누구의 눈치를 볼 것도 반성할 것도 없다.
    실수를 안 하려고 한 게 다 실수였다. 노예가 실수하지 주인은 실수하지 않는다. 어른이 실수하지 어린이는 실수하지 않는다.

    _2016년 8월부터 길스토리 크리에이터 멤버로 활동 중이다. 6년째 문화예술 전문 기자로 일하고 있으며, <나를 지키는 말 88>의 저자이기도 하다. 2019년 9월 1일, ‘제6회 카카오 브런치북’ 대상에 빛나는 두 번째 책 <아이라는 근사한 태도로>(웨일북)를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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