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북]]> <![CDATA[Gilstory - Challenge for the Unlimited Possibilities! > 성북]]> 성북]]> 성북 https://gil-story.com 제공, All rights reserved.]]> Mon, 25 Nov 2024 06:05:01 Mon, 25 Nov 2024 06:05:01 <![CDATA[Track 1. 길상사]]>
Track 1. 길상사

평화로운 세상을 만날 땐,
있는 그대로 걸어보세요.
그래야 설렙니다.

뜰 옆의 느티나무
한 뼘 높이의 돌탑
물 위에 핀 수련
졸졸 좁은 계곡
기왓장 그늘 숲
눈 높이의 돌담
나무그늘 평상
작은 대나무 숲
해가 머무는 툇마루

앉을 곳을 고르는 것 만으로도
마음에 여유가 생깁니다.

맑고 향기로운 길상사,
서울 안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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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ue, 20 Dec 2016 19:20:11
<![CDATA[Track 2. 성북설명]]>
Track 2. 성북설명

길상사를 뒤로하고 길을 내려오면
담이 높게 솟은 저택과 외국 대사관이
큼직큼직하게 눈길을 사로잡습니다.

인적이 드물다 보니, 한 낮인데도 불구하고
발자국 소리가 매우 선명하게 들려오네요.
이내, 길을 내려와 도로 하나를 건너면
눈 앞의 경치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옹기종기 모여있는 지붕집으로 바뀝니다.

시야를 가로막는 빌딩 하나 없는 하늘과
그 아래 북악산을 빙 두른 성곽을 보면
서울이 맞나 하는 착각도 들고,
저 아래 내려다보이는 아늑한 마을 풍경은
도시를 멀리 떠나온 느낌마저 줍니다.

살다 보면, 기분전환을 필요로 하지만
선뜻 어디로 출발하기 애매한 시간들 있지요.
답답한 도시를 단숨에 벗어나고 싶다면
가까운 성북은 어떨까요?

한양도성의 출발점,
성곽이 보이면 성북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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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ue, 20 Dec 2016 19:18:21
<![CDATA[Track 3. 쌍다리]]>
Track 3. 쌍다리

요즘 서울의 핫플레이스는 어디라고 생각하시나요?
조선시대 핫플레이스는 바로 이곳, 쌍다리였습니다.

지금이야 터의 흔적만이 남아 있는 모습이지만,
그 시절에는 트렌드를 주름 잡던 문화인들이
바로 이 쌍다리 부근에 떠들썩하게 찾아왔다더군요.

북악산 바위를 타고 내려온 빗물이 천을 이루고,
봄이면 그 주변으로 연분홍색 복숭아꽃이 지천으로 피고 지니,
소위 낭만 좀 즐긴다는 모던 보이들의 발길이
이곳 성북천으로 이어진 이유겠지요.

그래서 아예 거처를 옮긴 문인들도 많았다는 군요.
이들의 업적과 작품을 근대문화사에서 모두 빼버린다면
한국문화사의 흐름이 딱 끊길 정도라고 하니,
실로 유서 깊은 물길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예나 지금이나 문화와 예술은
젊음과 낭만을 따라 흐르고 있었나 봅니다.

지금도 예술인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는
성북의 쌍다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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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ue, 20 Dec 2016 19:16:18
<![CDATA[Track 4. 심우장]]>
Track 4. 심우장

성북구립미술관 건너편 길을 5분 정도 오르면,
도포를 걸친 한용운 동상이 벤치에 앉아있습니다.
그 옆으로 ‘님의 침묵’ 시가 적힌 비석도 보입니다.

나무계단을 따라 조금만 위로 올라가면
좁고 비탈진 골목길이 나타납니다.
그 길을 곧장 가면, 심우장입니다.

깨달음에 이르는 과정을 소를 찾는 것에 비유한
심우장은 승려이자 시인, 독립운동가였던 한용운이
마지막 생을 보낸 작은 한옥입니다.

작지만 함부로 쳐다볼 수가 없습니다.
심우장은 조선총독부가 있는 남쪽을 등지고
북향으로 지었다고 합니다.

조국의 빛이 아니면 등을 돌렸던 한용운.
그런 고집스러운 모습 뒤에는,
지금까지 찬란한 후광이 비추고 있습니다.

집 안은 전시공간입니다.

눈부신 북향,
심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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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ue, 20 Dec 2016 19:14:22
<![CDATA[Track 5. 최순우 옛집]]>
Track 5. 최순우 옛집

한옥은 외형뿐만 아니라,
집에서 바라보는 경치나 분위기로도
집의 품격을 따졌다고 하는군요.

성북에는
한국의 전통미를 남다른 안목으로 바라본
미술사학자 최순우도 살았다고 합니다.

한옥의 미를 더 느끼고 싶다면
산책겸해서 들러보는 건 어떨까요?

근데, 심우장에서는 조금 멉니다.

들어서면 깊은 산중,
최순우 옛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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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ue, 20 Dec 2016 19:12:57
<![CDATA[Track 6. 골목길]]>
Track 6. 골목길

와, 서울 참새는 여기에 다 있는 것 같아요.

길을 읽어주는 남자 성북편은
무릎 관절의 협찬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산 언덕에다가 그대로 지은 집들이라서 그런지
골목골목이 마치 뭐라고 그럴까,
롤러코스터 같은데요.

아, 잠시만요.
앞만 보며 올라갈 때랑은 조금 다르게
제 등뒤로 지붕 수백 채가 보이고,
또 제 옆에는 화분들이 줄 맞춰서 있네요.
요 너머로는 집안 살림살이가 바로 눈 앞에 들어오고요.

자, 이렇게 모퉁이만 돌면
안쪽에는 뭐가 기다리고 있을까요?
엄청 궁금해지는데,
여러분들도 궁금하시죠?

한 바퀴 휘~돌아볼까요?

서울의 마지막 달동네, 북정마을의 골목길입니다.

아이고, 왜 이렇게 높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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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ue, 20 Dec 2016 19:11:48
<![CDATA[Track 7. 북정마을]]>
Track 7. 북정마을

천천히 흐르고 싶은 그대여,
북정으로 오라.
낮은 지붕과 좁은 골목이 그대의
발길을 멈추게 하는 곳
삶의 속도에 등 떠밀려
상처 나고 아픈 마음이 거기에서
느릿느릿 아물게 될지니.

넙죽이 식당 앞 길가에 앉아
인스턴트커피나 대낮 막걸리 한 잔에도
그대, 더 없이 느긋하고 때 없이 행복하리니.

그저 멍하니 성 아래 사람들의 집과
북한산 자락이 제 몸 누이는 풍경을 보면
살아가는 일이 그리 팍팍한 것만도 아님을
때론 천천히 흐르는 것이
더 행복한 일임을 깨닫게 되리니.

북정이 툭툭
어깨를 두드리는 황홀한 순간을 맛보려면
그대, 천천히 흐르는 북정으로 오라.

성북에서 줄곧 살아오신
최성수 시인의 ‘북정, 흐르다’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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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ue, 20 Dec 2016 19:00:53
<![CDATA[Track 8. 북정카페]]>
Track 8. 북정카페

오늘도 구수한 막걸리 향과
너털웃음소리가 거리를 가득 채웁니다.

북정카페는 마을 어르신들의 랠리포인트
대부분 70대 할아버지와 할머니들이세요.

칼 군무로 채소를 다듬는 할머니들 옆에는
언제나 손때 묻은 윷이 허공을 날아다닙니다.

윷가락이 두 개 이상 멍석을 나가면 실패랍니다.

어르신들께서 술 한 잔을 권하십니다.

저... 안 되는데...
그래도 주시는 거니까...

어르신,
있는 그대로 부어주세요.
그래야 설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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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ue, 20 Dec 2016 18:59:06
<![CDATA[Track 9. 북정마을의 밤]]>
Track 9. 북정마을의 밤

오후 6시, 수다쟁이도 입을 다뭅니다.

북정마을의 밤은 일찍 찾아옵니다.
창문에 하나 둘, 불빛이 켜질 때쯤
밤 하늘에는 달의 민낯이 나타나고,
가로등은 또 작은 달처럼 떠 있습니다.

성곽의 조명까지...

달을 보는 것 이외에 할 건 없습니다.

달빛 독차지,
북정마을의 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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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ue, 20 Dec 2016 18:57:07
<![CDATA[Track 10. 서울성곽]]>
Track 10. 서울성곽

서울성곽에 오르면 성곽을 사이에 두고
도성 안과 밖의 야경이 확실하게 구분이 됩니다.

성곽이 시간의 흐름에 선을 그은 듯이,
도성 밖, 성북에는 노란 가로등 빛이 가득하고
안쪽은 대낮처럼 밝은 도시가 보입니다.

그런데 이 노란 가로등 조명이
저 도시보다 환하게 느껴지는 건
우리가 잊고 살았던 이웃사촌의 옛 모습을
성북에서 만났기 때문은 아닐까요?

성곽은 사람 사이의 정도 지켜내고 있었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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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ue, 20 Dec 2016 18:55:00
<![CDATA[Track 11. 길을 읽어주는 남자]]>
Track 11. 길을 읽어주는 남자

길에는 사람이 있고
사람에게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우리가 걸어온 길이
우리의 역사이고,

그 안에 담긴 사람들의 이야기가
우리의 문화입니다.

길을 읽어주는 남자.

함께 길을 걷다 만난 사람들의
세상사는 이야기를 전합니다.

당신과 함께 이 길을 걷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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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ue, 20 Dec 2016 18:53:01
<![CDATA[Track 1~11. Audio Guide full version]]>
Track 1~11. Audio Guide full version
]]>
Tue, 20 Dec 2016 18:34:54
<![CDATA[#1. 길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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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ue, 20 Dec 2016 18:08:06
<![CDATA[#2. 골목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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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ue, 20 Dec 2016 18:07:11
<![CDATA[#3. 북정의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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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ue, 20 Dec 2016 18:05:30
<![CDATA[#4. Audio Guide Full Vers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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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ue, 20 Dec 2016 17:17:42
<![CDATA[#5. Teas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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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ue, 20 Dec 2016 16:22:12
<![CDATA[#6. 서울성곽 Clip#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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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ue, 20 Dec 2016 16:17:51
<![CDATA[#7. 서울성곽 Clip#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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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ue, 20 Dec 2016 16:02:38
<![CDATA[#8. 인터뷰 필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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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ue, 20 Dec 2016 15:54:36
<![CDATA[포토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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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u, 13 Oct 2016 18:47:24
<![CDATA[포토에세이#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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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u, 13 Oct 2016 16:06:31
<![CDATA[포토에세이#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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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u, 13 Oct 2016 15:17:27
<![CDATA[Ep.01 길을 읽어주는 남자, 김남길의 기록]]>
삶이라는 여행길에서 만난 사람들과, 세상 사는 이야기를 나누며... 오늘도 길을 걷습니다.

도시생활의 빠른 속도감에서 벗어나 잠시라도 숨을 쉴 수 있는 여유를 찾을 수 있기를 바라면서 '길을 읽어주는 남자, 김남길의 기록'을 시작합니다.

제가 읽어주는 길들을 부담스럽지 않고 편안하게 들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눈을 감고 들으면서 함께 걷는 상상을 해도 좋겠고, 찾아가 제가 읽어주는 길을 따라 걸어봐도 좋을 것 같습니다. 당장에 여행을 떠날 수 없을지라도 한번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해주면 좋겠습니다.

우리가 발 디디고 서있는 길은 삶의 기록과도 같은 것입니다.
여러분이 걷고 있는 길을 응원합니다.

by 김남길

‘길이야기: 길을 읽어주는 남자’ 캠페인 (roadstory.gil-story.com)


문화예술NGO ‘길스토리’가 펼치고 있는 ‘길이야기 캠페인’은 한국의 문화와 정서를 전세계에 알리기 위하여 한국의 ‘길’과 그 길에 담긴 ‘사람들의 이야기’를 찾고, 이를 문화예술 콘텐츠로 제작해 전세계인들에게 전파하는 글로벌 문화예술 공익캠페인입니다.
길을 테마로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이 소통하고 좋은 관계를 맺음으로써 공동체가 회복되기를 희망하며 문화예술 콘텐츠를 제작해 공유합니다. 길스토리의 가치가 담긴 길과 그 길에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찾아 다양한 문화예술 콘텐츠로 제작하고, 현시대를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일상의 작은 여유와 따뜻한 위로가 될 수 있는 문화를 만들어갑니다.

우리가 지나온 소중한 길과 길에 담긴 사람들의 이야기를 찾습니다.
길을 읽어주는 남자, 김남길을 통해 길에 담긴 길이야기를 전합니다.
모든 사람들이 누구나 쉽게 공유 가능한 콘텐츠를 만들고 나눕니다.
Written by Kim Nam-gil
Film by Ji Eun-se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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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u, 13 Oct 2016 15:16:56
<![CDATA[Ep.02 성북동 골목길을 걷다]]>

" 그 자리에서 삶을 지켜온 이들의 길 "


‘길’은 우리의 역사, 인생, 사람, 감성, 삶... 이런 것들이 어우러져있는 공간입니다. 어떤 것 하나 소중하지 않고 기본적이지 않은 것이 없겠지요. 사람은 땅을 밟고 살아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런 본질적인 것을 포함해 우리가 살면서 어떤 가치가 중요한가를 생각하게 해주는 것이 바로 '길' 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 상처 나고 아픈 마음이 느릿느릿 아물게 되는 곳 "

성북동의 길은 ‘물길, 바람길, 사람길’ 이라고 합니다. 그 중 북정마을의 골목길은 단연 '사람길' 입니다. 오랫동안 그 자리에서 삶을 지켜온 이들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고스란히 담고 있습니다. 과거가 없으면 미래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현재 우리는 너무 빨리만 나아가려고 하지 않는지... 북정마을 골목길을 걸으며 생각해봅니다. 북정마을은 이런 속도감에 익숙해진 사람들에게 '사실 이것이 우리의 현주소이고 우리가 사는 모습이다' 라고 얘기해 주는 거 같습니다. 이 곳은 어릴 때 뛰어 놀던 골목길도 생각나게 해줍니다, 골목길을 지나다니는 동네 사람들과 눈을 맞추며 웃음을 나누고, 인사를 건넬 수 있어서 좋습니다. 이런 것이 바로 ‘사람 사는 ‘정’ 인가 싶습니다. 북정마을 골목길은 최성수 시인의 ‘북정, 흐르다’ 라는 시에 나오는 구절처럼 ‘삶의 속도에 등 떠밀려 상처 나고 아픈 마음이 느릿느릿 아물게 되는 곳’ 임을 길을 걸으며 느끼게 됩니다. 저는 이 골목길을 오랫동안 간직하고 찾아와 걷고 싶습니다.

by 김남길

[가는 방법]


성북동 북정마을
지하철 4호선 한성대입구역 2번 출구로 나와서 마을버스 3번을 타고 쌍다리 정류장에서 내립니다. 조금만 올라가다 보면 건너편에 '만해 한용운'의 동상이 앉아있는 '만해의 산책공원'이 보입니다. 그 옆 나무 계단으로 올라가면 북정마을 골목길을 걸을 수 있습니다. 그 골목길을 다 올라가면 북정마을의 사랑방, 북정카페가 있습니다.
Written by Kim Nam-gil
Photo by Kim Hyung-seok
Film by Ji Eun-se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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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u, 13 Oct 2016 15:16:32
<![CDATA[Ep.03 길을 걸으며 마음을 비우다]]>

" 마음을 비워내는 길 "


마음까지도 쉴 수 있는 성북동의 길상사. 눈을 감으면 마음의 눈이 열려 하늘을 올려다 보게 됩니다. 그리고 다시 눈을 뜨면 어느새 마음이 한결 가벼워집니다. 번잡한 도심의 소음을 뚫고 들려오는 새소리와 물소리 그리고 바람의 소리는 삶이란 이런 것이구나 하는 이치를 깨닫게 해줍니다.

" 나에게 말을 걸어주는 시간 "


성북동에는 예술을 통한 문화와 역사 이야기가 유독 많습니다. 그리고 그런 이야기를 볼 수 있고, 들을 수 있고, 경험할 수 있는 공간들을 여전히 간직하고 있습니다. 백기행, 한용운, 최순우, 이태준, 전형필 등 시대를 풍미했던 문화예술인들이, 그리고 그들의 이웃들이 지켜낸 ‘성북동의 길’은 지금은 문화가 되고 역사가 되어 우리 곁에 흐르고 있습니다.

가진 것은 많지만 마음 아픈 사람들이 많은 요즘, 너나 할 것 없이 우리 모두의 마음부터 보듬고 위로하는 것이 우선이지 아닐까 생각합니다. 우선 내게 먼저 말을 걸어주고 싶습니다. 그리고 이 길을 함께 읽으며 현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에게 위로와 격려, 여유와 쉼을 조금이나마 전해주고 싶습니다.

by 김남길
Written by Kim Nam-gil
Photo by Kim Hyung-seok
Film by Ji Eun-se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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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u, 13 Oct 2016 15:16:06
<![CDATA[Ep.04 서울성곽, 길 위에서 세상을 만나다]]>
성북동 북정마을에서 올려다본 서울성곽은 밤이면 조명을 두른 미술작품처럼 화려해 보입니다.
어슴푸레 해가 질 무렵, 이 참에 북정마을에서 서울성곽까지 올라가 봅니다.

" 나를 비추는 빛 "


서울성곽 길 위에 올라 저 아래를 내려다 보면, 성곽을 사이에 두고 그 안과 밖의 모습은 참 다릅니다.
성곽 밖으로는 산비탈에 다닥다닥 붙은 집들 사이로 노란 가로등 불빛들이 가득합니다. 성곽을 벽 삼아 붙어있는 집들이 금빛 물결처럼 아른거립니다. 성곽 안으로는 대낮처럼 화려한 조명들로 꾸며진 서울 한복판이 내려다 보입니다. 성곽으로 금을 그어놓고 양쪽 중 하나를 선택하라는 듯 저를 재촉합니다. 그러다 이내 마음이 편안해 집니다. 따뜻한 사람들의 '정'도, 배부르게 밥을 먹을 수 있는 '넉넉함'도 저는 이미 많은 것을 받았기에 아무 것도 선택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 지금까지 온 길 그리고 가야 할길 "


600년 서울의 이야기를 품은 한양도성은 오랜 시간 동안 우리 곁에서 그 안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풍경을 담아내고 있었나 봅니다.

서울성곽 길 위에서... 우리의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의 세상을 만났습니다.

by 김남길
Written by Kim Nam-gil
Photo by Kim Hyung-seok
Film by Ji Eun-se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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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u, 13 Oct 2016 15:11:56
<![CDATA[Ep.05 잘 고른 자리 하나, 열 힐링 안 부럽다]]>

" 어리둥절, 절이 맞나... "


4호선 한성대입구역 6번 출구에서 성북02 마을버스를 타고 10분. 그 종착점이 바로 이 '길상사'다. 일주문, 즉 입구를 지나면 펼쳐지는 작은 산속 한옥들의 고즈넉한 풍경. 길상사는 그 동안 우리가 마주했던 엄정한 사찰의 그림과는 사뭇 다르다. 거짓말 조금 보태서 경내를 느릿느릿 걸어 다니는 스님들과 범종각의 단청만 없었다면 “절이 맞나?” 착각할 정도. 그도 그럴 것이 길상사는 원래 절터가 아니라 기생 여인네들의 요정이었기 때문인데, 그 속사정을 들여다보면 길상사의 안주인이었던 자야(子夜) 김영한과 백석 시인의 애절한 러브스토리도 함께 엿볼 수 있다.

" 1000억이 백석의 시 한 줄만 못해 "


1936년 함흥, 한 회식 자리에서 시인 백석과 기생 김영한은 첫눈에 사랑에 빠진다. 백석은 그녀에게 '자야(子夜)'라는 애칭도 지어준다. 꿈만 같던 3년간의 동거. 그러나 집안의 반대로 백석은 만주로 떠나고 남북에 그어진 3.8선으로 인해 다시는 서로 만날 수 없게 된다. 자야는 이별의 아픔을 잊기 위해 악착 같이 돈을 벌었고, 당시 대한민국의 3대 요정 중의 하나였던 대원각을 세워 어마어마한 재력을 소유하게 된다. 그럼에도 함께 가지 못한 자신을 계속 원망하며 한평생 백석을 그리워한다. 그렇게 시간이 흐른 어느 날, 법정스님의 '무소유'를 읽고 감동을 받아 대원각 부지를 스님에게 시주하였고, 대원각은 자야 김영한의 법명 길상화에서 따온 길상사라는 이름으로 다시 태어난다. 그리고 생을 마감하기 전 그녀는 “기부한 재산이 아깝지 않느냐” 란 기자의 질문에 “1000억이 그 사람 시 한 줄만 못해” 라고 답한다.

" 편히 앉아 쉴 곳이 많은 길상사 "


그녀의 바람은 단 하나, 이곳이 시민 누구에게나 열린 공간이 되어 그들 모두가 고뇌의 마음을 쉴 수 있는 공간으로 거듭났으면 하는 것이었다. 법정스님도 많은 이들이 괴로움을 벗어 던지고 기쁨을 누리길 바라는 마음에서 이 절을 창건했다고 한다. 둘의 공통점은 열린 공간, 다시 말해서 불심 가득한 사찰이 아닌 그저 누구나, 많은 이들이 가볍게 들러줬으면 하는 조용한 여행지쯤으로 생각해주길 바란 건 아니었을까. 그렇지만 이 ‘누구나’ 라는 불특정 혜택은 서로의 배려가 있어야 가능한 법. 그래서인지 길상사는 유독 묵언수행, 즉 침묵이라는 메시지가 강조된다. (기생 웃음소리가 가득했던 예전과는 달라도 너무 다르지만) 아마도 이곳을 찾는 이들이 서로 화합하고 배려하는 동시에 세상 밖의 모든 소음을 끄고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여보라는 의도도 함께 포함되어 있었을 것이다. 이 같은 사실은 툇마루나 의자, 벤치들 같은 앉아 쉴 수 있는 자리들에서 고스란히 드러난다. 아주 유별나게 대단히 엄청나게 많다.

" 있는 그대로 맑고 향기롭게 "


자, 그럼 이들의 배려에 한껏 감사하며 길상사를 여행지처럼 느껴보자. 있는 그대로 걸어보자. 귓가에 들려오는 새 소리, 물소리, 바람소리와 어우러진 사찰의 풍경소리를 들으며 느릿느릿 여유를 부려보자. 군데군데 액자처럼 놓인 법정스님의 글귀들을 차례차례 읽다가 자신을 비추어 봐도 좋고, 담벼락을 점령한 덩굴이나 이름 모를 들꽃에 취해 이 계절을 만끽해도 좋다. 깨방정 떠는 동자승 인형들에게서 잠시 웃거나, 돌탑을 쌓으며 작은 소원 하나 기원해보는 것도 이 여행길의 묘미다. 혹 사랑하는 이와 함께라면 자야를 기리는 비석 앞에 단둘이 서서 지금 함께할 수 있는 자신들의 행복한 상황을 다시금 확인해도 좋다. 무엇이든 길상사에서는 좋다. 그 후 가장 자기 마음에 드는 경치와 소리가 들려오는 스팟을 찾거든 잠시 그 자리에 앉아 눈을 지그시 감고, 올 한 해를 열심히 보낸 자신에게 수고했다고 말을 걸어보는 건 어떨까. 당신에게는 과연 어떤 대답이 들려올 것인가. 내 경우는 음... 이다음엔 여자랑 와야지.
Narration by Kim Nam-gil
Written by Lee Hyung-yeol
Photo by Kim Hyung-se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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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u, 13 Oct 2016 14:56:05
<![CDATA[Ep.06 내일은 한결 가벼울 거예요]]>
파란하늘이 펼쳐져 있습니다. 지붕 500채가 내려다보입니다. 발길 닿는 곳마다 내 발자국 소리가 들려오는 이곳은 도시의 소음도, 고층 빌딩도 없는, 몇 안 되는 우리의 서울 길입니다. 마음이 무거운 날, 어딘가로 훌쩍 떠나고만 싶지만 시간대마저 조금 애매한 날, 성곽이 보이거든 성북에 한 번 들러보세요. 내일은 한결 가벼울 것입니다.(TIP. 김남길이 읽어주는 오디오 가이드, 지난 4화 '길상사' 편과 이어서 들으면 더 좋습니다)

" 답답한 도시를 단숨에 벗어나고 싶다면 "


길상사를 뒤로하고 길을 내려오면
담이 높게 솟은 저택과 외국 대사관이
큼직큼직하게 눈길을 사로잡습니다.

인적이 드물다 보니, 한 낮인데도 불구하고
발자국 소리가 매우 선명하게 들려오네요.
이내, 길을 내려와 도로 하나를 건너면
눈 앞의 경치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옹기종기 모여있는 지붕집으로 바뀝니다.

시야를 가로막는 빌딩 하나 없는 하늘과
그 아래 북악산을 빙 두른 성곽을 보면
서울이 맞나 하는 착각도 들고,
저 아래 내려다보이는 아늑한 마을 풍경은
도시를 멀리 떠나온 느낌마저 줍니다.

살다 보면, 기분전환을 필요로 하지만
선뜻 어디로 출발하기 애매한 시간들 있지요.
답답한 도시를 단숨에 벗어나고 싶다면
가까운 성북은 어떨까요?

한양도성의 출발점,
성곽이 보이면 성북이 보입니다.
Narration by Kim Nam-gil
Written by Lee Hyung-yeol
Photo by Kim Hyung-se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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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u, 13 Oct 2016 14:55:38
<![CDATA[Ep.07 조선시대는 있었을까, 내 반쪽]]>
솔크에겐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춘삼월, 봄도 아닌 거리에는 벌써부터 연분홍 꽃이 한창입니다. 두꺼운 코트 위로 수줍게 내민 사람들의 얼굴에는 설렘의 빛이 가득하고, 목도리 속에 감춰져 있던 두 뺨에는 발그레, 때 아닌 복숭아꽃이 아롱지듯 모습을 드러냅니다. 바로 크리스마스 트리 앞에서!

연인들은 말할 것도 없고, 한참은 가족이 된 부부들도 들뜨기는 마찬가진가 봅니다. 안타깝게도 올 크리스마스는 주말까지 이어지는 황금연휴. 보다 특별한 시간을 만들고 싶은 연인들의 행보에 서울은 물론 대한민국 구석구석은 낭만을 가장한 눈꼴사나운 애정행각이 명소마다 기승을 부릴 전망이라고 솔로 전문가들은 예측하고 있습니다.

지금 시대에는 잡히지도 보이지도 않는 내 반쪽. 과거 시대에는 과연 존재했던 걸까요? 만약 전생이 있는 게 확실하고, 문화와 예술을 사랑하는 분이라면 아마 연인과 함께 이곳에서 머물진 않았을까 감히 장담해 봅니다. 자, 그럼 잠시 눈을 감고 그때를 떠올리면서, ‘쌍다리’ 현장에 나가있는 특파원을 연결해 보겠습니다. 김남길 리포터~ 길대장!

" 쌍다리, 역사 인물은 누구?"


‘얇은사 하이얀 고깔은 고이 접어서 나빌레라’로 시작하는 조지훈의 시, <승무>가 탄생한 곳, 영화 취화선의 실존 인물이었던 화가 장승업이 말년을 보낸 곳, 상허 이태준이 수연산방이라는 집을 짓고 <달밤> <황진이> 등의 창작활동에 전념한 곳, 정지용 <고향>, 이상 <날개>, 김유정 <봄봄>, 박태원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 등의 문인들이 문학적 교감을 나누던 곳, 간송 전형필이 문화재 수집과 보존에 온 몸을 바친 곳, 이 장소들 모두가 바로 성북천. 두 다리가 놓여있던 ‘쌍다리’ 인근 이었습니다. 예술인들의 지상낙원이었던 성북, 지금까지도 젊은 청년들의 발길이 이어져 문화와 예술을 꽃피우고 있습니다.
Narration by Kim Nam-gil
Written by Lee Hyung-yeol
Photo by Kim Hyung-se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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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u, 13 Oct 2016 14:55: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