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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빠르게 지나가는 도시의 속도를 멈추고, 천천히 흐르는 시골버스에 몸을 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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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SSAY
    Ep.03 남해 시골버스가 데려다준 세상

  • #이동면 원천 활어위판장


  • 다음날,
    마을 사람들이 모두 부둣가로 출근을 했다.
    서울이나 여기나 업무가 바쁜 건 매한가지다.
    우리는 컴퓨터로, 이들은 몸으로 일을 한다. 우리가 일을 따내는 것처럼, 이들도 아침 경매에서 매일 신선한 활어를 갖기 위해 그들의 수화로 눈치게임을 시작한다. 족히 몇십 년을 했던 업이지만, 으스대거나 거들먹거리는 모습을 당최 볼 수 없다. 이들이 상대하는 것은 대부분이 자연에서 온 것이기 때문이다.


  • #두모마을

  • 족히 5킬로미터를 걸어 두모마을에 도착했다.
    조금만 더 있으면 유채꽃이 마을 입구를 노랗게 물들일 준비를 하고 있었다.


  • #두모마을의 할머니와 텃밭


  • #두모마을 사무장님

  • 마을 사무장님을 만나 이곳에 잘 곳을 여쭤보았다. 이곳은 밥 먹을 곳도 하나 없다며, 상주면을 권하셨지만, 이곳에서 자겠다고 떼를 썼다.
    이장님이 오셨고, 우선 밥을 먹으러 가자고 하셔서 사무장님, 이장님과 밥을 먹으러 갔다. 차 안에서 대화를 들어보니 두 분은 부부였다.


  • #두모마을 이장님

  • 혼자 여행을 왔다면 들어가 보지 않았을 식당에 들어갔다. 익숙한 듯 식당 이모와 인사를 하셨다. 호기롭게 잔다고 했지만 막상 환대를 해주시니 머쓱해져 버렸다.


  • #상주면 화니식당


  • #상주면 화니식당

  • 메뉴판에 없는 음식이 나오길래 이 음식들은 어떻게 주문하냐고 여쭤봤다. 그냥 “밥 주세요” 라고 하면 된다 하신다. 정말 밥이 나왔다. 새로운 찬이 중간중간 나오고 식당 이모님이 자연스럽게 자리에 앉는다. 밥상 위에 진지한 토론이 시작됐다.

    내가 듣고 먹은 것은 분명 ‘잘 먹고 잘 사는 법’ 이었다.


  • 마을에 돌아와 사무장님께 ‘시골버스’에 대해 말씀드렸다. “삼촌~ 그것참 좋은 생각이다!” 벌써 어떤 멘트를 할지 고민하신다. “이번 정류장은 두모입니다. 두모는 유채꽃과...”

    ‘좋은 자연은 사람을 만들고 그게 모여 남해가 되는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조금씩 마을 사람들의 삶이 보였다. 이번 프로젝트도 ‘사람’의 이야기가 될 것 같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이틀 동안 버스에서 안내 방송이 안 나왔다. 사무장님께 까닭을 여쭤보니 남해 버스는 안내방송을 안 한다고 하셨다. 허탈해졌다. ‘시골버스’의 핵심 콘텐츠가 사라져버릴 위기에 처해졌다. 다시 고민에 빠졌다. 밤이 찾아왔고, 마을 부둣가에 나가 홀로 소주를 마셨다.


  • #두모마을 부둣가


  • #두모마을 부둣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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