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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가영의 LES ESSAI
    제대로 읽고 쓸 수 있으며, 명확하게 말하고, 섬세하게 들을 수 있기를 원합니다
    Gayoung 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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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떤 일기
    name : 이가영    date : 2016-09-01 15:05:24
    추천수 52
    조회수   782
    어떤 일기
    글 : 이가영 (작가)
    1936년 12월 28일 열두 살에 처음 시작한 이후로 소년은 생생하고 다부지던 몸이 점점 흐릿해지는 과정에 대해 평생을 썼다. 아무리 세상에 그 누구도 생각이 같지 않고, 저마다 다른 환상을 가지고 있다지만 이 남자는 좀 유별나다. 온 생애동안 자신의 몸, 그 피와 뼈 살로 이루어진 육체의 흐름을 생각의 궤적처럼 구구절절 적어놓았다니. 대체 누굴 보여주려고? 가장 사랑하는 딸 리종에게 남겼다는데 영 이해가 안 간다. 그렇게 처음에는 무언가 괴상해서 특이해서 보다가 종국에는 훔쳐보고 싶어 안달이 나는 고백들.
    하지만 또 막상 ‘몸의 일기’라는 해부학 교재인 듯 특이한 제목과는 달리 평범하고도 지루한 이야기다. 그렇지만 동시에 생생하고도 우스운 이야기. 특별할 거라곤 없는 보통날들의 이야기. 자꾸만 날짜별로 훔치고 싶은 타인의 영혼.
    하여간 그는 재밌는 사람이다.
    아니 그런데, 그의 이름은 뭐였지? 중간에 나오긴 했나?
     
    “66세 2개월 15일.
    잘 잤다. 비 내리는 날엔 늘 그렇듯이.”
    “44세 10개월 3일.
    우리를 사랑했던 사람들의 마음속에선, 우리의 모습보다도 우리의 습성이 더 많은 추억을 남길 거라는 생각을 하면 흐뭇해진다.”
    “23세 3개월 28일.
    매번 감기를 앓고 나면 잠에서 깰 때 코가 막혀 있다. 바짝 마른 채로. 특히 왼쪽 콧구멍은 점막이 지나치게 비대해져 있다. 검지를 콧구멍 깊이 넣어보면 손가라 끝에 쉽게 만져진다. 난 입을 벌린 채로 자고 목구멍이 마른 채로 잠에서 깬다. 바짝 마른 시체처럼.
    “13세 1개월 10일.
    곰곰이 생각해봤다. 내가 느끼는 모든 것을 정확히 묘사하기만 한다면, 내 일기는 내 정신과 내 몸 사이의 대사(大使) 역할을 할 것이다. 또 내 감각들의 통역관이 될 것이다.”
    다니엘 페나크의 ‘몸의 일기’ (Daniel Pennac, ‘Diary Of A Body EXPORT’)
     
    자신의 육체와 정신을 가지고 존재하는 그 영원한 과정에서 삶이란, 결국 하나도 빠짐없이 아름답다. 시간의 장터에서 그 수많은 꽃 중에 어떤 빛깔의 꽃을 고를지 알 수 없는 노릇이지만 화환을 만드는 데 그게 무슨 큰 문제가 되는가? 그저 평생에 걸쳐 어떤 꽃을 뽑아들 뿐이다.
    결국 그는 마지막 순간 평생 벗해온 그의 몸이 바람 앞의 등불처럼 잦아들던 순간에 확신했을 것이다. 결국에는 아름다웠다고, 아름다운 거라고...

    아름다운 것은 단지, 추하거나 예쁘거나, 행복하거나 슬펐던 일이 아니니까.

     

    _이가영은 끊임없이 오랜 시간 동안 소설 쓰기를 하는 작가다. 제대로 읽고 쓸 수 있으며, 명확하게 말하고, 섬세하게 들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그녀는 소설로 등단을 하겠다는 꿈을 갖고 있는 '글을 쓰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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