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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從都市生快節奏感脫離
      尋找可以在日常的小悠閒的地方、
      來慢活得城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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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SSAY
    Ep.09 根據那裡偶爾準備巧克力吧
    길스토리 오디오 가이드 중간에는 아주 짧은 트랙이 있습니다. 일명 쉬어가는 트랙. 가이드 범위에서 조금 먼 장소거나, 앞서 소개한 트랙이 자칫 무겁다고 느껴질 때, 잠시 쉬어가라는 의미로 마련한 나름의 배려 구간인 셈이죠. 산을 오르는 도중, 바위에 걸터앉아 한 입 녹여먹는 초콜릿 같은 그런 쉼표랄까요.

    지난 1월 1일에는 해돋이를 보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산을 찾았습니다. 새해 첫 일출을 보며 정상에서 맛보는 초콜릿은 달콤하기 이를 데가 없지요. 그런데 지금 소개할 이곳도 왠지 초콜릿이 필요할 것 같은데요. 자, 그 이유는? 봉우리 없지만 안목은 높아지고, 산속만큼이나 생각이 깊어지는 곳이기 때문입니다.

    " 들어서면 깊은 산중 "


    성북 ‘최순우 옛집’에 살았던 혜곡 최순우 선생이 쓰신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기대서서>는 미술사학도의 바이블이자 한국의 전통미를 높은 안목과 해석으로 담은 책입니다. 여행 작가나 블로거도 교본으로 삼으시길 적극 추천합니다. 저의 작은 지혜로는 가늠조차 불가능하기에 그저 내용을 옮기기만 하겠습니다.

    “길고 가늘고 가냘픈, 그리고 때로는 도도스럽기도 하고 슬프기도 한, 따스하기도 하고 부드럽기도 한 곡선의 조화, 그 위에 적당히 호사스러운 무늬를 안고 푸르고 맑고 총명한 푸른빛너울을 쓴 아가씨, 이것이 고려의 청자다.”

    “조선시대 백자 항아리들에 표현된 원의 어진 맛은 그 흰 바탕색과 아울려 너무나 욕심이 없고 너무나 순정적이어서 마치 인간이 지닌 가식 없는 어진 마음의 본바탕을 보는 듯한 느낌이다.”

    “소백산 기슭 부석사의 한낮, 스님도 마을 사람도 인기척이 끊어진 마당에는 오색 낙엽이 그림처럼 깔려 초겨울 안개비에 촉촉이 젖고 있었다. 무량수전 안양문, 응향각들이 마치 그리움에 지친 듯 해쓱한 얼굴로 나를 반기고 호젓하고도 스산스러운 희한한 아름다움은 말로 표현하기 어렵다. 나는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기대서서 사무치는 고마움으로 이 아름다움의 뜻을 몇 번이고 자문자답했다. …멀찍이서 바라봐도 가까이서 쓰다듬어 봐도 무량수전은 의젓하고 너그러운 자태이며 근시안적인 신경질이나 거드름이 없다. …무량수전 앞 안양문에 올라앉아 먼 산을 바라보면 산 뒤에 또 산, 그 뒤에 산마루, 눈길이 가는 데까지 그림보다 더 곱게 겹쳐진 능선들이 모두 이 무량수전을 향해 마련한 듯 싶어진다.”

    멋지지 않나요. 이런 안목과 혜안을 가지신 분이라니. 어떤 집이었을까 절로 궁금해집니다. 그래서 최순우옛집의 사진은? 이번 트랙만큼은 비밀, 한 번 상상해 보는 건 어떨까요?
    Narration by Kim Nam-gil
    Written by Lee Hyung-yeol
    Photo by Kim Hyung-se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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