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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기 중간점검, 서로를 꺼내는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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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함께나길 2기 자립준비청년 창작가들, 중간점검 리포트
    각자의 속도로 ‘여기 있어요(Here I Am)’ 전시를 향해 걷고 있는 중입니다.
    각자의 공간에서, 하나의 자리로
    혼자의 시간으로 채워지던 창작의 나날.
    작업실, 카페, 혹은 침대 맡에서 조용히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던 이들이 한자리에 모였습니다.
    서먹했던 첫 만남은 어느새 사라지고, 묵묵히 걸어온 서로의 시간이 한 공간 안에 나란히 앉았습니다.
    ‘함께나길’은 자립준비청년 창작가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예술로 풀어내고, 사회와 연결되는 길을 찾는 문화예술 캠페인입니다.
    그 여정의 중간 지점에서, 잠시 걸음을 멈추고 서로를 확인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작가들은 차례로 작품 진행 상황과 요즘의 고민, 그리고 앞으로의 계획을 꺼내놓았습니다.
      “처음 계획했던 주제가 너무 무거워서 다른 방향으로 가보려 해요.”
    “예상보다 작업이 빨리 진행되어서... 그게 더 불안하게 느껴졌어요.”



    누군가는 기술적인 벽에 막혀 주춤하고 있다고 말하고, 또 어떤 이는 이야기의 방향을 완전히 바꾸었다고 말했죠.
    이처럼 서로의 현재를 나누는 가운데, 멘토와 멘티들은 각자의 지점을 확인하고, 함께 새로운 방향을 모색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선배 작가와의 만남, 진짜 이야기가 시작되다
    중간점검의 개인 발표가 끝난 뒤, 특별한 만남이 있었습니다. 현직 일러스트레이터이자 작가인 김져니 작가를 만났는데요.
    아랍어를 전공했지만 지금은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는 작가입니다. 작가로 성장해온 그녀의 이야기는 우리에게 흥미로우면서도 따뜻한 용기가 되었습니다.

    막막했던 창작의 시작, 콜드메일을 보냈던 날들, 협업을 얻기 위한 부단한 과정, 그리고 포기하고 싶었던 순간들까지.
    성공도 실패도 가리지 않고 담담히 들려준 그녀의 이야기에, 그때의 설렘과 두려움이 내 일처럼 다가왔습니다.
      “포기할 때도 있었지만,
    좋아하고 원했던 일을 멈추지 않고 해왔더니
    결국 모든 것이 긍정으로 맞춰졌어요.”
    짧은 문장이었지만, 그 안에는 그녀의 시간이 담겨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인상 깊었던 건, ‘작업 방식’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디지털 작업을 시도해본 적도 있어요.
    하지만 저는 연필 소리가 좋은 사람이더라고요.
    그래서 다시 연필을 들었어요.
    연필로 그린 그림을 좋아하는 사람은 내 그림을 찾지 않을까란 마음,
    그걸 지키며 작업해왔어요.”
    요즘처럼 빠름, 효율 미덕인 시대에,
    느리고 불편한 방법을 고수한다는 건 고집처럼 보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작가는 말했습니다.
    “그게 나니까요.”

    그 말을 듣는 참여자들이 한 번 더 집중하는 듯 했습니다.
    자신을 믿으며 걸어왔겠지만, '이 길이 맞나' 스스로를 의심하게 되는 순간들이 있었을 것입니다.
    남들과 다른 선택이 불안했던 마음, 나만 뒤처지는 건 아닐까 조바심 냈던 순간들이 그녀의 말에 닿으며 위로받는 듯한 표정들이 보였습니다.
    다르게 가도 괜찮다는 위로.
    그날의 자리는, 말없이 조용히 전하고 있었습니다.
    질문 속에서 찾은 답, 답 속에서 얻은 용기
    이야기가 끝나고, 질문이 이어졌습니다.
    처음엔 조심스럽던 손들이 하나둘 올라가기 시작하더니, 이내 기다렸다는 듯 질문이 쏟아졌습니다.
    마치 이 순간을 기다렸다는 듯 질문하고 싶었던 것들을 쏟아내는 창작가들의 모습에 우리 또한 뿌듯해지는 순간이었죠.
      “슬럼프가 오면 어떻게 극복하시나요?”
    “경제적으로 힘들 땐 어떻게 견뎌내셨나요?”
    김져니 작가는 슬럼프를 마주할 때의 태도, 기록하는 습관, 사람을 대하는 태도, 아이디어를 모으는 노하우까지.
    차곡차곡 몸으로 겪고 쌓아온 경험을 아낌없이 전해주었습니다.

    그 가운데, 이런 질문이 있었습니다.
      “작가님께 가장 감사한 것을 하나 뽑는다면 어떤 건가요?”
    그녀는 잠시 생각을 잠겼고, 조용히 말했습니다.
      “세상을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 있다는 것에 가장 감사함을 느껴요.”
    화려하지 않지만, 마음 깊이 남는 말.
    거절이 쌓이고 수입이 끊겨도, 그녀는 좋아하는 일을 향한 마음을 놓지 않았습니다.
    꾸준히 두들기며, 연필을 놓지 않으며, 자신의 속도로 걸어온 것. 그것이 그녀가 말한 ‘긍정’이었습니다.
    그 말을 들으며, 우리는 눈앞에 모인 창작가들을 바라보았습니다.
    각자의 속도로 걸어가는 이들의 여정에 많은 시련이 기다리고 있을 테지만,
    오늘의 이야기가 작은 용기가 되어주기를 바랐습니다.
    긍정은 특별한 능력이 아니라 누구에게나 있는 마음의 힘이니까요.
    다시 흔들릴 때면 오늘을 떠올리길 바랐습니다.
    상상이 전시로 이어지는 순간
    중간점검의 마지막은 '상상하기'였습니다.
    우리의 전시는 어떤 모습일까요? 작품의 크기, 전시 구성, 액자의 수까지.
    함께 구체적인 디테일을 나누는 사이, 막연하던 상상이 점점 현실로 다가왔습니다.
    혼자였다면 망설였을 일들이, 함께였기에 가능해지고 있었습니다.
    막연했던 상상이 어느새 달력 위의 날짜로 자리를 옮겨지고 있었죠.

    김져니 작가는 말했습니다.
    “창작은 결국, 나를 꺼내는 일이에요.”
    그 말처럼, 꺼내는 용기는 다른 누군가의 마음을 열기도 합니다.
    그날 우리는, 서로의 이야기를 꺼내고 들으며 작가이자 관객이 되어 있었습니다.
    그렇게 연결된 순간이 오래 기억되기를 바랍니다.
    다가올 11월.
    함께 걸어온 이 길 위에,
    어떤 이야기가 전시될지 기대해 주세요.
    우리는, 각자의 속도로 같은 방향을 걷고 있습니다.
    함께이기에 괜찮은 속도로 말이죠.

    사진: 프로보노 김동일
    게스트: 김져니 작가 (@kimjourneydi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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