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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상사를 뒤로하고 길을 내려오면 담이 높게 솟은 저택과 외국 대사관이 큼직큼직하게 눈길을 사로잡습니다. 이내, 길을 내려와 도로 하나를 건너면 눈앞의 경치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옹기종기 모여있는 지붕집으로 바뀝니다. 시야를 가로막는 빌딩 하나 없는 하늘과 그 아래 북악산을 빙 두른 성곽을 보면 서울이 맞나 하는 착각도 들고, 저 아래 내려다보이는 아늑한 마을 풍경은 도시를 멀리 떠나온 느낌마저 줍니다. 살다 보면, 기분전환이 필요하지만, 선뜻 어디로 출발하기 애매한 시간들 있지요. 답답한 도시를 단숨에 벗어나고 싶다면 가까운 성북은 어떨까요? 한양도성의 출발점, 성곽이 보이면 성북이 보입니다.
성북동의 길은 ‘물길, 바람길, 사람길’ 이라고 합니다.
그중 북정마을의 골목길은 단연 "사람길" 입니다. 오랫동안 그 자리에서 삶을 지켜온 이들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고스란히 담고 있습니다. 과거가 없으면 미래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현재 우리는 너무 빨리만 나아가려고 하지 않는지... 북정마을 골목길을 걸으며 생각해 봅니다. 북정마을은 이런 속도감에 익숙해진 사람들에게 "사실 이것이 우리의 현주소이고 우리가 사는 모습이다"라고, 얘기해 주는 거 같습니다. 이곳은 어릴 때 뛰어놀던 골목길도 생각나게 해줍니다. 골목길을 지나다니는 동네 사람들과 눈을 맞추며 웃음을 나누고, 인사를 건넬 수 있어서 좋습니다. 이런 것이 바로 ‘사람 사는 ‘정’인가 싶습니다. 북정마을 골목길은 최성수 시인의 ‘북정, 흐르다’라는 시에 나오는 구절처럼 ‘삶의 속도에 등 떠밀려 상처 나고 아픈 마음이 느릿느릿 아물게 되는 곳’임을 길을 걸으며 느끼게 됩니다. 저는 이 골목길을 오랫동안 간직하고 찾아와 걷고 싶습니다. ‘성북동 골목길을 걷다’ 에피소드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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