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reative Lab
  • 나를 빚는 손끝, 나를 꺼내는 용기

  • 공동관심:자화상
    + 공공예술캠페인
  • 흙 한 줌에서 시작된 나의 이야기
    '공동관심 자화상' 도예 편에서 우리는 ‘나’를 빚는 시간을 함께했습니다.
    도예, 손끝에서 시작된 자화상
    조금은 낯설고 서툰 그 감촉이 손끝에 닿던 날, 우리는 조용히 ‘나’를 빚기 시작했습니다.
    '공동관심 자화상'은 그림, 사진, 글, 도예 등 다양한 예술을 통해 ‘나’를 들여다보고, 타인의 감정에 귀 기울이는 공공예술 캠페인입니다. 이번 ‘도예 편’에서는 참여자들이 직접 흙을 만지고, 눌러보고, 물을 뿌리며 각자의 방식으로 자신만의 자화상을 완성해 나갔습니다.

    대부분 성인이 된 이후 처음 흙을 만진 이들이었지만, 손끝으로 흙과 조심스럽게 대화하는 그 순간들은 오히려 더욱 솔직했습니다. 서툰 손길이지만 진심을 담아 빚어낸 형태들은 조금씩 자기다움을 찾아갔습니다.
    망쳐도 괜찮다는 말, 그렇게 위로가 될 줄이야
    무늬를 새기다 다시 지워보는 사람, 망칠까 봐 멈춰선 손, 한참을 망설이다 조심스럽게 흙을 다시 눌러보는 눈빛. 그 모습들은 너무나 익숙했습니다. 하고 싶지만 도전하지 못한 적, 실패가 두려워 시도조차 하지 못한 날들, 혹은 내 모습이 이상하게 보일까 걱정했던 순간들.

    하지만 이곳은 달랐습니다.
    “망쳐도 괜찮다”는 말이 마음속 깊이 닿았고, 실수와 시행착오마저도 나를 알아가는 일부가 되었습니다. '공동관심 자화상' 도예 편은 완벽하지 않아도 되는 시도, 있는 그대로의 나를 응원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자화상을 마주하는 시간
    작업이 끝난 후, 우리는 각자의 자화상을 앞에 두고 ‘말하기’를 시작했습니다.

    “떡볶이를 좋아해서 만든 그릇이에요. 어릴 적 좋아했던 것들을 떠올리는 계기가 되었어요.”
    “저는 제 하루가 마치 그릇 같다고 느꼈어요.
    선생님, 아내, 며느리, 엄마… 너무 많은 이름들 속에서 진짜 나를 잃어버렸거든요. 오늘은 그런 나에게 잠시 돌아온 시간이었어요.”


    어떤 이는 자신이 되고 싶은 마음을 넓은 그릇으로 표현했고, 또 다른 이는 잊고 지낸 꿈을 조각에 담아냈습니다.

    각자의 이야기는 달랐지만, 모두가 ‘나’를 향해 한 발짝 더 다가서는 중이었습니다.
    이 시간은 단순히 만든 것을 보여주는 시간이 아니라, 자신의 마음을 꺼내어 나누는 용기의 자리였습니다.

    손끝에서 마음까지, 조용한 해방
    이야기를 나누고 난 후, 참여자들에게 오늘의 시간이 어땠는지 물어보았습니다.
    "잘하려고 애쓰지 않아도 누구도 신경 쓰지 않고, 꾸미지 않아도, 오히려 망쳐도 되니까 묘한 해방감과 만족감을 느꼈어요."
    "몰두할 시간을 가질 수 있어서 좋았어요."
    "나에게 못해도 괜찮다고 말하는 경험이 처음이라 오늘이 기억에 남을 것 같아요."
    "오기 전에는 막막했는데 용기 내어 신청한 스스로를 칭찬하고 싶어요."
    "타인에게 위로받고 나의 이야기로 또 다른 누군가에게 위로가 된 경험이 너무 소중했어요."


    그 순간 모두가 느꼈던 것은 우리 모두의 온기였습니다. 내 이야기를 꺼내고 나서야 찾아오는 편안함. 흙보다 더 부드럽게, 우리는 자신을 다독이고 있었습니다.
    돌아서는 발걸음에 남은 것들
    모든 과정을 마친 후, 참여자들은 어떤 마음을 안고 돌아갔을까요? 오늘의 이 시간이, 이들에게 어떤 하루로 남았을까요? 분명한 것은 이들이 가져간 것은 단지 완성된 도자기 작품만은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망쳐도 괜찮다고 말해주었던 순간과 자신을 표현해 보려 애쓴 시간, 말할수록 진심에 가까워졌던 순간들. 그 모든 것들이 '진짜 나를 만날 용기'로 자리했을 거예요.
    도예 편은 그렇게 우리 안에 오래 남을 기억이 되었습니다. 각자의 손으로 빚어낸 작품처럼, 이 시간 또한 우리 마음속에 소중히 간직될 것 같았습니다.
    함께 걷고 싶은 길
    ‘나를 마주한다’는 건 언제나 용기가 필요한 일입니다. 하지만 그 끝엔 늘 따뜻한 변화가 기다리고 있죠.
    '공동관심 자화상' 도예 편에서 우리는 서로의 서툰 손끝을 응원했고, 그 속에서 나다운 형태를 조금씩 완성해갔습니다.
    오늘 한 사람의 마음에서 시작된 자화상이 내일 또 다른 누군가의 마음에 닿기를.
    그리고, 그 손끝에서 또 하나의 이야기가 피어나길 바랍니다.

    도예: 프로보노 정지원
    사진: 김다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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