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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손화신의 조용한 수다방
    당신의 따뜻한 말 한 마디에 세상은 흐드러지게 피어나고
    Hwashin Son
    Writer
    손화신 / 상세보기
    지금 내가 원하는 건 한우가 아니라 떡볶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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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 내가 원하는 건 한우가 아니라 떡볶이입니다
    글 : 손화신 (작가)

    아이들은 무언가를 고를 때 어른보다 머리를 덜 굴린다. A와 B 중에 지금 당장 자기가 원하는 것을 직선적으로 고를 줄 안다. 떡볶이에 빠져 있는 아이에게 접시 두 개를 내밀며 “너 떡볶이 먹을래, 아니면 횡성한우 먹을래?” 묻는다면 아이는 당장 떡볶이가 담긴 접시를 집어들 것이다.
    나였다면? 입만 아프게 할 질문은 하지 말아줬으면 한다. 나였다면, “전 지금 떡볶이가 무척 당기지만, 그러나 저는 바보가 아니잖아요?” 하며 횡성한우를 집어 들었을 것이다.
    어른이 된 나는 재기의 달인이다. 지금 당장 무언가를 원한다고 해도 이리저리 재보고 계산하고, 미래까지 당겨 와서 이리저리 예측해본다. 그리고는 지금은 그다지 원하지 않지만, 상식적으로 가치 있다고 생각되는 걸 고른다. 누가 봐도 당연한 선택을, 또한 나에게 조금이라도 더 큰 이익이 되는 선택을 해야만 현명한 것처럼 생각됐다. 그렇게 나는 내 마음을 무시했다. 머리는 공손히 떠받들면서 말이다.
    얼마 전에도 이런 헛된 욕심 때문에 그날의 선물을 놓친 적이 있다. 카페에 간 나는 적립쿠폰을 쓰기 위해 가장 비싼 음료를 주문했다. 그건 상식적으로 당연했다. 쿠폰으로 비싼 음료를 시키는 건 욕심까지는 아닐 것이다. 그러나 난 좀 찔린다. 왜냐하면 그때 나는 커피를 마시고 싶었기 때문이다.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적립쿠폰으로 커피를 마시는 만행을 도저히 용납할 수 없었다.
    쿠폰 유효기간은 그날이 마지막이었고, 나는 결국 별로 당기지도 않는 비싼 음료를 시켜 마셨다. 나는 ‘당장 느낄 수 있는’ 지금의 행복을 포기하고 ‘생각해봤을 때’ 더 좋아 보이는 상식적 행복을 선택했던 것이다.
    욕심 버리기, 이건 너무 어려워서 난 못할 것 같다. 적립쿠폰으로 아메리카노를 시킬 만큼 욕심 없는 사람이 되기보다는 적립쿠폰으로 아메리카노를 시킬 만큼 돈에 연연하지 않는 부자가 되는 게 훨씬 빠른 길처럼 보이니까 말이다. 떡볶이가 먹고 싶을 때 떡볶이를 선택하고, 커피가 마시고 싶을 때 커피를 선택하는 건 나에겐 쉽지 않은 일이다.
    * 이 글은 손화신 작가의 에세이 <아이라는 근사한 태도로>에서 발췌한 내용입니다.

    _2016년 8월부터 길스토리 크리에이터 멤버로 활동 중이다. 6년째 문화예술 전문 기자로 일하고 있으며, <나를 지키는 말 88>의 저자이기도 하다. 2019년 9월 1일, ‘제6회 카카오 브런치북’ 대상에 빛나는 두 번째 책 <아이라는 근사한 태도로>(웨일북)를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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