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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신의 따뜻한 말 한 마디에 세상은 흐드러지게 피어나고
    Hwashin Son
    Writer
    손화신 / 상세보기
    나를 잃었을 때 미친 듯이 쓰기 시작했다
    추천수 134
    조회수   1,488
    나를 잃었을 때 미친 듯이 쓰기 시작했다
    글 : 손화신 (작가)

    글을 쓰려는 사람들은 어쩌면 어딘가 불행한 사람들이다. 행복한 사람은 대체로 글을 쓰려하지 않는다. 외로운 사람, 고통 안에 있는 사람, 상처 받은 사람만이 무언가를 애써 글로 토해낸다.
    내가 본격적으로 글을 쓰기 시작한 것도 ‘나는 내가 될 수 없다’는 생각에 다다랐을 때다. ‘나는 진짜 나로 살고 있나?’ 혹은 ‘이 삶이 정말 내 것일까?’라는 질문 끝에 달린 의문 부호가 점점 커지더니 어느샌가 나를 쓰기의 세계로 밀어 넣었다.
    펜을 들었다. 아니, 동아줄을 잡듯 펜을 붙들었다. 여기서 더 멀어지면 다시는 나로 돌아올 수 없을 것 같아서 본능적으로 쓰기 시작했다.
    억압된 인간은 점점 굳어져가다가 글이라도 써서 억눌린 것들을 해소하려고 한다. 아니, ‘하려고 한다’는 의지가 아니라 ‘해야만 한다’는 절박함으로 쓴다. 글을 씀으로써 자기 안의 짓무른 것들이 씻겨 내려간다는 걸 인간은 본능적으로 알고 있는 게 틀림없다.
    사제이자 신학자인 헨리 나우웬이 그랬듯 나는 ‘상처 받은 치유자’가 되어 여기에 있다. 고통과 상처에서 살아 돌아온 자만이 울릴 수 있는 비상경보기를 울리는 것이 나의 의무라는 걸 직감하고 있다. 지나온 고통은 내가 그것에 관해 써야 비로소 의미를 획득할 것이고, 그 글이 나누어질 때 한 번 더 의미를 부여받을 것이다.
    오늘도 글을 쓰려는, 자기 앞의 생으로부터 소외된, 삶이란 핍박을 견디는 모든 이에게 인사를 건넨다. 평안에 이르고 싶지만 아직은 그러지 못하는, 나 자신이 될 수 없음에 홀로 좌절하는, 어딘가 조금 불행한 사람들에게.
    - 손화신 에세이 <쓸수록 나는 내가 된다>(다산초당) 중

     

    _2016년 8월부터 길스토리 크리에이터 멤버로 활동 중이다. 6년째 문화예술 전문 기자로 일하고 있으며, <나를 지키는 말 88>의 저자이기도 하다. 2019년 9월 1일, ‘제6회 카카오 브런치북’ 대상에 빛나는 두 번째 책 <아이라는 근사한 태도로>(웨일북)를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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