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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패션에 대한 글을 쓰는 패션칼럼니스트입니다
    Eunjung Kim
    Fashion Columnist
    김은정 / 상세보기
    길 (2014-08-08)
    추천수 387
    조회수   3,555
    글·사진 : 김은정 (패션칼럼니스트)

    처음부터 쉬운 길을 선택하는 사람이 있고 어려운 길을 선택하는 사람이 있다. 그런가 하면 쉬운 길로 가려고 했으나 생각지도 못하게 어려운 길을 걷게 된 사람이 있는 반면, 어려운 길을 택했건만 쉬운 길을 가게 되는 운 좋은 사람이 있다. 또한 이 길도 저 길도 고르지 못해 아무 곳도 가지 못하는 사람이 있다.
    사람마다 걸어가는 길이 다르고 설령 같은 길을 걷더라도 ‘어떻게’ 걸어가는가에 따라 목적지에 도달하는 시간에도 차이가 생기고 목적지 자체가 틀려지게 됨에 따라 천차만별한 인생이 되는 것이다. 세상은 그렇게 각기 다른 길을 이용하는 사람들로 꾸려지면서 수십 억 가지의 드라마를 만들고 있다. 여러분은 어떤 길을 가는 부류인가?
    나는 미련하게도 길을 돌아가는 스타일이다. 지름길로 가면 왠지 반칙을 범하는 느낌이 든다. 꼬부랑길을 물론 선호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막상 일을 해결하고 나서 정신을 차리고 나면 땀을 꽤 흘렸으며 시간을 잡아먹었다는 사실에 아둔한 나 자신을 탓하게 된다. 그럼에도 때로는 그런 아둔함이 마냥 밉지만은 않은 것이 돌면서 갔기에 ‘구경’이 가능할 수 있었다는 자긍심이 자책감을 보듬는다.
    시간을 벌고자 날짜 별 계획을 세워 실행하면 가는 길이 조금 덜 버겁다. ‘지나면’ 될 것이라는 되새김질은 전진을 위한 양분이다. 지나는 동안 무수한 사람들과 만나고 이야기를 나누고 공감대가 형성되면 관계라는 것이 짜이면서 삶은 분주한 빛깔로 칠해진다.
    영국의 여행작가 ‘브루스 채트윈(Bruce Chatwin)’은 ‘인간의 진정한 거처는 집이 아닌 길’ 이라며 인생 자체가 걸어서 가는 여정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힘든 일을 겪을 때마다 나는 끝이 보이지 않는 길을 떠올린다. 울퉁불퉁한 자갈들이 발에 걸리는가 하면 보드라운 잔디가 밟히기도 하고 모래사장도 나오고 물구덩이에 빠지게 되는 나 자신을 보게 되면서 산마루를 넘을 용기가 생긴다.
    길은 그렇게 내 마음의 길잡이 역할을 한다.

     

    _김은정은 이화여대 불어불문학과와 프랑스 파리 에스모드 스타일리즘 학과를 졸업했다. 파리에서 일하다 패션잡지 「엘르」가 국내에 들어온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패션 에디터로의 열망을 안고 한국에 돌아왔다. 패션 라이센스 잡지 엘르(ELLE KOREA), 마리 끌레르(Marie Claire KOREA)에서 패션&뷰티 디렉터, 마담 휘가로(madam figaro KOREA)에서 편집장을 역임했다. 이후 샤넬 코리아(CHANEL KOREA)에서 홍보부장으로 근무했다. 현재는 싱가포르에 거주하며 패션에 관한 글을 한국의 패션잡지에 기고하며 패션 칼럼니스트로 활동하며 패션과의 끈을 단 한순간도 놓지 않고 살고 있다. 저서로는 [Leaving Living Loving](2009), [옷 이야기](2011)가 있다. ⓒPhoto by Jin Soo 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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