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acance
사진·글 : 김형석 (포토그래퍼. www.ebonyandivory.co.kr)
프랑스 사람들은 최소 한 달 간의 바캉스를 떠납니다.
"꼬마 니콜라"라는 프랑스 영화를 보면,
그런 긴 휴가 기간 덕분에 수많은 해프닝들이 벌어지지요.
7월 한 달 간, 저와 아내도 무언가 재미난 일들을 기대하며 여행 중입니다.
여행 중이라고 해서 어느 먼 곳으로 떠난 건 아닙니다.
당일치기로라도 밤새워 운전대를 잡고 대한민국 구석구석을 찾아 다니고,
집에 있기로 한 날은 영화감독을 한 명 선정해서, 그의 영화들을 감상하는 겁니다.
7월은 그렇게 아내와 약속했습니다.
비 오는 날, 눅눅해진 감자칩을 만지작거리며
감독의 머릿속을 여행하는 것도 여느 여행만큼이나 즐겁습니다.
그리고 이루 말할 수 없는 영감을 받기도 하지요.
열심히 운전을 해서 멋진 노을이 지는 바닷가에 다다르거나,
아카이브에서 뜻밖의 DVD를 발견하는 순간
그 동안의 노력이 헛되지 않았음을 깨닫게 됩니다.
노력해도 안 되는 것들이 넘쳐나는 세상이지만,
작은 노력으로 이루어내는 작은 기쁨도 분명 매력적입니다.
이국의 고급 호텔에서 끝나가는 체크아웃 시간을 아쉬워하지 않아도 되니
이 또한 매력이라면 매력입니다.
여러분도 분명 멋진 휴가계획을 세우고 있으리라 믿습니다.
_김형석은 사진작가다. 일본 패션잡지에서 사진기자로 일했고, 현재는 ‘에보니앤아이보리’ 스튜디오의 대표 사진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자크타티’와 ‘에릭 로메르’의 영화를 좋아하고 여행을 즐기며, 음악이 없어서는 안 되는 사람이라고 한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들여다보기 좋아하는 사진작가”이다. 길스토리 프로보노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