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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시생활의 빠른 속도감에서 벗어나 일상의 작은 여유를 찾을 수 있는 곳,
      천천히 흐르는 성북으로 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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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SSAY
    Ep.12 사람에 대한 마음만큼은
    와이파이 없지만 온 동네 집안일이 공유되고, 최신가요 없지만 너나들이 웃음소리 가득하고, 마일리지 없지만 올 때마다 반가움이 차곡차곡. 빨개진 얼굴, 시린 추위 녹여줄 진한 커피 손에 들고 옹기종기 난롯가에 모여 나누는 가슴 따뜻한 이야기들...

    오래된 것들이 설렘을 주는 이유는 그 안에 담긴 오래된 마음 때문일 거예요. 우리는 세계에서 가장 빨리 변하는 나라에서 살고 있지만, 사람에 대한 마음만큼은 늘 구식인가 봐요.

    "마을 어르신들의 랠리-포인트"


    북정마을의 주인공들이 모이는 장소를 꼽자면 단연 북정카페일 것입니다. 오늘 내일 할 거 없이 마을 어르신들이 모여 윷놀이를 즐기고, 함께 김장도 담그며 이야기꽃을 피우는 장소이니까요. 마을잔치도 여기서 준비하죠.

    북정카페는 카페이기도 하지만 슈퍼마켓이나 식당이기도 하고 때론 사랑방이기도 합니다. 10여분에 한 번씩은 버스 승차장이기도 하죠. 그러다 보니 취급하는 메뉴도 참 많은데요. 식료품은 물론 뜨끈한 해물파전도 판매합니다. (역시나 막걸리도)

    후에 안 사실이지만, 북정카페의 원래 이름은 ‘넙죽이 식당’, [북정, 흐르다]에도 등장했었는데요. 단순히 넙죽이 멍 때리고 있다 보면, 마음이 평안해진다는 뜻인 줄 알았는데. 벌써 3대 째, 마을 분들의 명소였나 봅니다.

    "북정 츤데레들의 랠리-포인트"


    과연 술 한 잔을 권하실까? 에 대한 답은 그날 어르신의 기분과 상황에 따라 다릅니다. 길을 걷다가 마주쳤을 때도 마찬가진데요. 반갑게 인사를 건네주시기도 하지만 아예 눈빛조차 안주실 수도 있죠. 그렇지만 방법은 있습니다. 먼저 다가가 인사를 건네는 것입니다.

    제 경우 영상 감독을 하고 있는 지은석 군과 처음 마을에 갔을 때, 비둘기 공원 어귀에서 “뭐 볼 거 있다고, 여기까지 왔어”라며 30분간 꼼짝 없이 마을 자랑거리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장황한 설명이 끝난 후, 북정카페에서 다시 그 어르신과 마주쳤을 땐, 늦은 일정 탓에 또 설명해주시면 어쩌나 조금 긴장하기도...했어요.

    "구식 유행어의 랠리-포인트"


    한 7년 만에 다시 들어본 “그래야 설레요”는 어떠셨나요? 드라마 선덕여왕 속 비담 캐릭터를 잘 모르시는 분들이라면 무슨 얘기지? 하실 수도 있지만 팬들이라면 익히 아는 심쿵 대사죠. 말하자면 구식 유행어인데. 길대장이 강력한 팬덤을 얻은 시기, 즉 영향력을 갖춘 때가 아마도 이쯤일 겁니다.(스토리볼 0화 인터뷰 참조)

    저는 “그래야 설레요”에 다시금 생명을 불어넣고 싶었습니다. 이유는 단순했어요. 오랫동안 그의 행보를 지켜봐 주고 응원해준 팬들에 대한 작은 보답으로 말이죠. 길대장은 조금 망설였습니다. 이전 작품보다 늘 더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게 배우의 욕심이니까요. 그러니 옛 캐릭터는 부담일 수밖에요. 그래도 팬들이 반가워할 거라는 취지로 'OK'를 결정합니다.

    기왕이면 첫 트랙인 ‘길상사’에 쓰고 싶었지만 메시지가 어긋나버릴 수 있기 때문에 약간만 삽입되었어요.(도입부 : 있는 그대로 걸어보세요. 그래야 설렙니다.) 아쉬운 절반의 성공 후, 여러 가지 고민 끝에 “그래야 설레요”는 드디어 ‘북정카페’에서 다시 태어날 수 있었습니다. “있는 그대로 부어주세요”까지...음 역시, 마음만큼은 참 구식이 좋습니다.
    Narration by Kim Nam-gil
    Written by Lee Hyung-yeol
    Photo by Kim Hyung-se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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