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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신의 따뜻한 말 한 마디에 세상은 흐드러지게 피어나고
    Hwashin Son
    Writer
    손화신 / 상세보기
    아이 콘택트는 ‘눈빛 스킨십’
    추천수 1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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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 콘택트는 ‘눈빛 스킨십’
    글 : 손화신 (작가)

    SBS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에서 심리학 강사 도민준(김수현 분)은 ‘스킨십의 심리학’이란 주제로 이렇게 강의했다.
    도민준: “미국의 저명한 심리학자 헤리할로는 실험을 했습니다. 인간과 유전자가 95% 비슷한 붉은 털 원숭이 새끼를 어미에게서 떼어놓고 두 개의 원숭이 인형이 있는 방에 가둔 겁니다. 한 인형은 철망으로 만들어진 몸에 젖병을 매달았고 다른 인형은 부드러운 천으로 감쌌습니다. 젖병을 매달지 않았죠. 새끼 원숭이는 두 인형 중 어느 인형을 더 선호했을까요?”
    학생: “젖병이 있는 인형이요.”
    도민준: “실험 전 예상도 새끼 원숭이가 젖병이 매달린 인형을 더 선호할 거란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예상을 깨고 새끼 원숭이는 부드러운 천 원숭이에 강한 애착을 느꼈습니다. 이를 통해 증명된 게 바로 스킨십의 중요성이죠. 눈 맞추기 역시 간접적인 스킨십이라고 할 수 있는데 사람은 좋아하는 상대와 눈을 마주치면 뇌 속 신경물질인 도파민이 나와서 기쁨이 고조됩니다.”
    드라마 속 대사지만 허구가 아니다. 실제로 심리학자 헤리 할로(Harry Harlow)가 이 실험을 통해 스킨십에 대한 이론을 확장시켰다. 주인공의 대사 중 마지막 ‘눈 맞추기’에 대한 언급은 주목할 만하다. 1대 1의 대화든 1대 다수의 스피치든 ‘아이 콘택트(eye contact)’가 가져오는 효과를 정확하게 설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신체 스킨십이 우리의 정신과 몸의 건강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워낙 잘 알려진 사실이다. 하지만 눈빛과 눈빛이 마주치는 눈빛 스킨십도 그만큼 긍정적 효과를 준다는 사실은 놀랍다. 눈빛은 그 사람의 생각, 감정, 영혼을 전하는 매우 신비한 매체다. 말을 할 때 서로 눈빛을 교환하면 짧은 시간을 함께하더라도 상대와 더욱 깊고 친밀하게 교감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서양에서는 상대편과 대화를 할 때 시선을 마주치는 것이 예의 바르다고 생각하며 시선을 피하는 것은 부정직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나라에선 시선을 피하는 것을 부정직하다고까지 여기지는 않지만 자신감 없어 보인다고 인식하는 경우는 많다. ‘어디서 빤히 쳐다보느냐’는 옛날 어르신들의 말은 이제 조선시대 이야기가 됐다. 아이 콘택트가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유교적 문화도 한국에서 거의 사라져가고 있다.
    영화 <아바타>에서 판도라 행성 나비족들이 “I See You”, 당신의 내면을 본다는 의미로 이 말을 할 때 상대의 다른 신체부위가 아닌 눈을 바라본다. 우리가 눈을 바라보며 이야기한다는 것 역시도 나비족처럼 상대방의 진실한 내면과 소통하겠다는 상징적인 행위로 볼 수 있다.
    눈빛은 마음이 오가는 보이지 않는 통로다. 소통을 위해서 그 통로를 열어야 한다. 따뜻한 말 한마디를 하더라도 따뜻한 시선 위에 얹어 실어 보냈을 때 효과는 극대화된다. 살과 살을 맞대는 포근한 스킨십이 빠진 사랑은 무언가 어색하듯, 눈과 눈을 맞추지 않는 대화 역시 어색하다. 아이 콘택트는 비록 손끝 하나 닿지 않지만 영혼과 영혼이 맞닿는 농도 짙은 스킨십이다.
    - 손화신 작가의 에세이 <나를 지키는 말 88>(쌤앤파커스)에 실린 글입니다.

    _손화신은 에세이 <나를 지키는 말 88>의 저자다. 스피치 모임을 10년 동안 진행해오며, 진정한 말은 침묵으로부터 나온다는 것을 깨달았다. ‘제대로 된 한 마디’를 하기 위해 말의 뿌리인 침묵 안에서 우리가 무엇을 키워나가야 하는지를 이야기한다. 현직 음악담당 기자이며, 길스토리 프로보노이자 카카오 브런치 작가로도 활동 중이다. 글 쓰는 것을 가장 좋아한다. ( 브런치 주소: brunch.co.kr/@ihearyou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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