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이맘때가 되면 사람 사이에는 길이 생깁니다. 누군가는 연탄을 나르는 따뜻한 길이 되고, 누군가는 소년소녀 가장을 이끄는 든든한 길이 됩니다. 겨울은 사실 희망의 계절. 추운 때일수록, 힘든 때일수록 사람은 사람을 생각합니다.
길은 배려로 가득합니다.
"사람을 생각하는 詩
천천히 흐르고 싶은 그대여,
북정으로 오라. 낮은 지붕과 좁은 골목이 그대의 발길을 멈추게 하는 곳 삶의 속도에 등 떠밀려 상처 나고 아픈 마음이 거기에서 느릿느릿 아물게 될지니. 넙죽이 식당 앞 길가에 앉아 인스턴트커피나 대낮 막걸리 한 잔에도 그대, 더 없이 느긋하고 때 없이 평안하리니. 그저 멍하니 성 아래 사람들의 집과 북한산 자락이 제 몸 누이는 풍경을 보면 살아가는 일이 그리 팍팍한 것만도 아님을 때론 천천히 흐르는 것이 더 행복한 일임을 깨닫게 되리니. 북정이 툭툭 어깨를 두드리는 황홀한 순간을 맛보려면 그대, 천천히 흐르는 북정으로 오라. 영상 가이드로도 제작된 최성수 시인의 [북정, 흐르다]는 성북03번 버스 종점 정류장에서 만나실 수 있습니다. "허니, 흐르다"
북정마을 트랙 원고가 난항을 겪고 있을 당시, 거뭇한 추리닝을 입고 주민 코스프레를 즐기던 길대장은 북정마을 여기저기를 기웃거리더니 잠시 저를 불렀습니다. “이 시 어때? 좋네!”하면서요. 그리곤 그 자리에서 바로 읊었지요. 이것이 계기가 되어 북정마을 트랙은 지난 9화 골목길 편과 이번 10화 마을 편으로 나뉘게 되었고, 길대장 목소리는 다시금 꿀성대라는 걸 깨닫게 되었습니다.
"오타, 흐르다"
아 참, 이번 트랙에는 실수가 있습니다. 바로 오타인데요. 원래는 ‘더없이 느긋하고, 때 없이 평안하리니’인데 ‘행복하리니’로 녹음되었지요. 분명히 몇 번을 확인했다고 생각했었는데 사고가 터진 거죠. 카피라이터 생활 5년만의 큰 일이었지요. 음, 약간의 핑계를 대자면... 시를 문서작업 하면서 읊조리던 그때, 옮겨 적으면서 제 기분도 조금 행복했었나 봐요. (시인님께는 사죄드렸습니다. ㅠ_ㅠ)
"떡밥, 흐르다"
지난 1화 ‘성북동 골목길을 걷다’ 영상을 보니, 공감과 댓글이 폭발적이더군요. 오픈빨?도 있었겠지만 댓글을 읽어보니 웬일, 詩에 대한 요청이 많더군요. 그래서 하는 말인데요. 처음 만났을 때부터 길대장은 줄곧 <성북동 비둘기> 시에 대해 본인이 굉장히 좋아하고 있다는 걸 강조했었거든요. 주입식으로 귀에 못이 박히게 들었어요. 그 당시야 모든 사람들이 시에 대해 잘 알고 계시다고 판단되어 트랙도 없고 녹음도 안했지만. 시 낭독을 바라는 분들이 꽤 많다는 생각이 드니... 희망의 계절 겨울, 배려로 가득한 김남’길’이니 만큼. 어디 한 번 녹음해달라고 졸라보는 건 어떨까요? 그럼 댓글은 몇 개를 기준으로 할까나...
Narration by Kim Nam-gil
Written by Lee Hyung-yeol Photo by Kim Hyung-seok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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