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미 노래
글·사진 : 조상근 (번역가)
지나치듯 의미 없는 울음소리
이 소리를 내기 위해
나를 비우고
지금을 위해 견딘
팔십 사 개월의 시간들
홍수로 흙이 밀려갈 때 나무뿌리를 간절히 붙들었고
추위로 땅이 얼었을 때는 봄을 생각하며 버텼다
그리고 드디어 얻은 날개로
처음으로 이 세상을 날아올랐다
나에게 주어진 단 한 달의 시간
한 여름 밤의 꿈을 꾸기 위해
나는 노래를 부른다
거친 비가 내려도
숨쉬기 힘든 더운 날에도
나는 노래를 부른다
다음 세대를 남기기 위해
나는 노래를 부른다
물려줄 것은 내가 겪은 사랑과 고난뿐일지라도
내가 곧 가게 될
서쪽 끝 영원한 저 세상으로
너를 초대하기 위하여
나는 노래를 부른다
_조상근은 GN Cho라는 필명으로 영어 번역과 청년세대를 돕는 일을 하고 있는 사회활동가다. 영문학을 전공하고 여행을 하며 세계 곳곳의 청년들을 만나고 돌아온 그는, 이시대 청년들의 영혼의 필요를 채워주는 일을 하고 싶다며 조금씩 이를 실천해 나가고 있다. 길스토리에서 영어 번역을 해주는 프로보노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