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orchid)
사진·글 : 김형석 (포토그래퍼. www.ebonyandivory.co.kr)
겨울이 간다 하여 크게 달라질 것 없고,
반대로, 봄이 온다 하여 큰 포부를 가질 필요도 없다.
늘 제자리에서 빛을 먹고 물을 마시며
딱히 해낼 것도, 하고 싶은 것도 없다.
그저 공기를 맑게 토해낼 뿐.
삶에 대한 부담도, 역경도 없어 늘 푸르르다.
부럽기만 한 난이 말하길...
"그나저나 부러워 마시오.
한 발짝도 못 움직이니 난 당신이 부럽기만 하오."
_김형석은 사진작가다. 일본 패션잡지에서 사진기자로 일했고, 현재는 ‘에보니앤아이보리’ 스튜디오의 대표 사진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자크타티’와 ‘에릭 로메르’의 영화를 좋아하고 여행을 즐기며, 음악이 없어서는 안 되는 사람이라고 한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들여다보기 좋아하는 사진작가”이다. 길스토리 프로보노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