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milia
사진· 글 : 김재령 (사진가)
저희 가족은 1992년도에 아르헨티나로 이민을 왔습니다. 그 당시 스페인어라는 언어를 몰랐습니다. 하지만 부모님은 현지인들하고 언어가 통하지 않아도 손짓으로 모든걸 다 해결했습니다. 그렇게 아르헨티나라는 나라에서 자리를 잡게 됐고, 저와 동생은 이곳에서 초등학교, 중학교, 대학까지 다니게 됐습니다. 22년이 지난 지금도 부모님은 스페인어를 잘 못하십니다. 부모님께서는 저와 동생에게 좋은 환경을 만들어주시기 위하여 아르헨티나에 있었던 22년 동안 열심히 일하셨습니다.
그런데 몇 년 전부터 어머님께서 천식이라는 병때문에 죽을 고비를 넘기시면서 중환자실에 자주 입원을 하십니다. 한번은 급하게 병원에 도착해 의사들이 조치를 취하려고 하는데, 의사가 저를 부르더니 통역이 필요하다고 저를 어머님이 있는 곳으로 들여보냈습니다. 어머님께서는 저를 보시더니 아무 말씀 없이 제 얼굴을 쓰다듬으면서 눈물을 흘리시며 눈빛만으로 ‘재령아, 사랑한다.’ 라는 말을 하시는 듯 간절히 바라보시면서 의식을 잃으시고 말았습니다.
이 글을 쓰고 지금 이 시간, 어머님께서는 또 천식때문에 병원에 계십니다. 매번 마음속으로는 ‘엄마, 사랑해.’ 라는 말을 하고 싶은데 쑥스러워서 못했습니다. 이번에 퇴원하시면 꼭 용기를 내서 어머님께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엄마, 사랑해요.’ 라고.
_김재령은 아르헨티나에서 NEMO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는 아마추어 사진가다. Palermo 대학교에서 미디어 영상과 사운드 디자인을 공부했다. 의류사업을 운영하고 있지만 늘 아름다운 세상과 사람을 그의 앵글에 담기를 소망하며 지금도 카메라 셔터를 누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