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글 : 조상근 (번역가)
폭풍이 할퀴고 간 거리.
남은 것은 무언가.
수천 년을 뛰어넘은 기술로 쌓은 건물 무너지는데 하루면 족했고
전 세계를 아우르던 명성, 처참한 눈물로 바뀌었다.
잃어버린 아픔으로 오는 분노와 고통
다시 일어날 힘은 어디서 오나.
사람.
사람이 있으면 다시 지을 수 있다. 건물 따위.
사람이 있으면 다시 모을 수 있다. 돈 따위.
사람이 있으면 다시 시작할 수 있다. 무엇이든.
세월이 할퀴고 간 우리 인생.
무엇이 남아있나.
평생 쌓은 탑 무너지는 데 한순간이면 족하고
혼신의 힘으로 다듬은 작품, 안개처럼 사라진다.
상실의 아픔, 홀로 져야 할 고통의 무게
다시 살아갈 힘은 어디서 오나.
사람.
마음을 나눌 사람이 있다면
사랑을 주고받을 사람이 있다면
사람은 결국 사람 때문에 죽고 산다.
_조상근은 GN Cho라는 필명으로 영어 번역과 청년세대를 돕는 일을 하고 있는 사회활동가다. 영문학을 전공하고 여행을 하며 세계 곳곳의 청년들을 만나고 돌아온 그는, 이시대 청년들의 영혼의 필요를 채워주는 일을 하고 싶다며 조금씩 이를 실천해 나가고 있다. 길스토리에서 영어 번역을 해주는 프로보노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