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어도 없어도
사진·글 : 김형석 (포토그래퍼. www.ebonyandivory.co.kr)
책을 읽다 보면 가끔 놓칠 수 없는 구절이 있어 메모를 해둡니다.
마스다 미리(Masuda Miri)라는 일러스트레이터는 “있어도 없어도 똑같다는 말을, 세계는 허락하지 않는다”라고 했습니다.
이 말을 극히 공감한 것은 3달 전 아내와 함께 두 번째 식당을 열면서였습니다. 작년 여름 아내와 저는 난생처음 인근에 작은 식당을 열었다가 고군분투해본 경험이 결국 이 작가의 말뜻과 묘하게 일치했지요.
창업을 하면서 “있어도 없어도 똑같아 보이는 것들”이 꽤나 많은데, 돈과 직결되거나 시간과 노력을 더 쏟아부을지 말지에 대한 사소한 문제들입니다. 그 차이는 너무 작아 보이지만 결국 손님의 선택을 좌우하게 된다는 걸 깨달았지요.
세상은 생각보다 훨씬 까다로운 것 같습니다. 반면 작은 노력에도 쿨하게 선물을 쥐여주는 것 또한 세상의 이치여서 우리는 살아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조금은 무서운 이야기지만, 있으나마나 한 사람이 되지는 말아야겠습니다. 세계는 허락하지 않을 테니까요.
_김형석은 사진작가다. 일본 패션잡지에서 사진기자로 일했고, 현재는 ‘에보니앤아이보리’ 스튜디오의 대표 사진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자크타티’와 ‘에릭 로메르’의 영화를 좋아하고 여행을 즐기며, 음악이 없어서는 안 되는 사람이라고 한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들여다보기 좋아하는 사진작가”이다. 길스토리 프로보노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