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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신의 따뜻한 말 한 마디에 세상은 흐드러지게 피어나고
    Hwashin Son
    Writer
    손화신 / 상세보기
    거절의 기술
    추천수 177
    조회수   1,736
    거절의 기술
    글 : 손화신 (작가)

    언젠가 할리우드 스타 톰 크루즈의 인터뷰를 본 적 있다. 어떤 질문인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리포터의 질문에 톰 크루즈는 진중하고 밝은 미소로 ‘그 질문에는 대답하지 않을 게요’라고 말했다. 리포터 역시 아무렇지 않게 오케이 하고 다음 질문으로 넘어갔다. 그때 내가 느낀 건 문화차이였을까? '아... 모든 질문에 다 대답을 할 필요는 없는 거구나' 조금 웃기긴 하지만 내게는 꽤 진지한 깨달음이었다.
    나만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은 질문에 대답을 하지 않는 것을 예의 없는 행동으로 여기는 것 같다. 하지만 질문이라고 다 좋은 질문은 아니기에 모든 질문에 다 대답할 필요도 없는 것이다. 대답을 하고 나서 스스로 상처받을 질문이라면, 대답을 하고 나서 괜한 오해를 사거나 곤경에 빠질 수 있는 질문이라면 아예 대답을 안 하는 편이 현명하겠다.
    질문을 피하는 일과 거절을 하는 일은 미안한 일이 아니라 정당한 일이다. 다만 너무 직접적이면 상대에게 상처를 줄 수 있고, 그렇다고 너무 베베 꼬아서 대답하면 의사전달이 제대로 안 될 수도 있으므로 지혜를 필요로 한다. 상대의 마음을 다치지 않게 하면서 나를 보호하는 거절의 지혜는 바로 '위트'를 더하는 것이다. 너무 진지하기만 하면 의사 전달은 확실히 되겠지만 부탁을 한 상대를 무안하게 할 수도 있다. 기분 좋은 위트를 섞어 거절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예의 바르게 전달해야 한다.
    스피치동호회에 가끔 통기타를 들고 와서 노래를 부르는 남성연사님이 있다. 어느 날은 한 여성 연사님이 노래 한 곡을 불러달라고 요청하자 그는 “아, 다음에 꼭 불러드릴게요! 너무 아름다우신 분이 요청하니까 떨려서 오늘은 안 되겠는걸요!”하고 거절했다. 있는 그대로 “악보를 안 가지고 와서요”라고 대답할 수도 있지만, 그는 상대방의 미모를 칭찬하며 위트 있게 대응함으로써 상대가 섭섭하지 않도록 배려했다. 그 연사님을 보며 거절이 때로는 전화위복처럼 긍정적인 결과를 낳을 수 있단 걸 알게 됐다. 거절이란 꼭 피하고 싶은 곤란한 일만은 아닐지도 모른다.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분위기를 유쾌하게 만들 수도 있고 관계를 더욱 진실하게 만들 수도 있다. 위트라는 지혜를 가미한다면 말이다.

    _손화신은 에세이 <나를 지키는 말 88>의 저자다. 스피치 모임을 10년 동안 진행해오며, 진정한 말은 침묵으로부터 나온다는 것을 깨달았다. ‘제대로 된 한 마디’를 하기 위해 말의 뿌리인 침묵 안에서 우리가 무엇을 키워나가야 하는지를 이야기한다. 현직 음악담당 기자이며, 길스토리 프로보노이자 카카오 브런치 작가로도 활동 중이다. 글 쓰는 것을 가장 좋아한다. ( 브런치 주소: brunch.co.kr/@ihearyou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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