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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손화신의 조용한 수다방
    당신의 따뜻한 말 한 마디에 세상은 흐드러지게 피어나고
    Hwashin Son
    Writer
    손화신 / 상세보기
    도(道)는 웃음 속에 있다
    추천수 152
    조회수   1,601
    도(道)는 웃음 속에 있다
    글 : 손화신 (작가)

    “웃지 않으면 도(道)라고 할 수 없다. 진리는 사람을 웃게 하면서 생각하도록 하는 것이다. 사람을 웃게 하는 것일수록 진리를 담고 있고 도에 가깝다.” - 노자
    스피치 동호회에 30대 초반의 대학원생 연사님이 있다. 그는 평소에 철학적인 사유를 즐긴다. 통찰력 있는 콘텐츠는 좋은데 문제는 너무 진지하고 재미없게 이야기한다는 것이다. 교수님의 따분한 강의 같달까. 반면에 비슷한 또래의 여행광 연사님은 말하는 것마다 웃음 폭탄이다. 청중을 계속 키득거리게 만드는데 이상하게 다 듣고 나면 수첩을 꺼내게 만든다. 그의 여행에서 배울 점을 수첩에 적게 되는 것이다. 그는 틀에 박히는 걸 질색하는 스타일이라 진지하게 이야기하진 않지만 그럼에도 이야기 안에 메시지를 잘 담아낸다.
    한번은 스피치 주제로 ‘젊음’이 제시됐다. 대학원생 연사님은 “젊음이란 어느 특정한 기간을 말하는 게 아니라 마음의 상태를 말한다”고 발표했다. 공감되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더 공감이 갔던 건 여행광 연사님의 이야기였다. 그는 멋진 말 하나 않고, 조금은 실없게 웃기고 들어갔다.
    “젊어서 몸 챙긴다고 술 절제해, 좋은 직장 구한다고 여행 미뤄, 돈 아낀다고 외모 안 꾸며, 서로 호감이 있으면서도 결혼 상대자로 조건 안 맞는다고 사랑 안 해. 이 모든 짓들은 ‘돌아이’나 하는 짓입니다! 젊음이 얼마나 눈부신 때인지, 얼마나 보석 같은 시절인지 지나 봐야 정신을 차리지! 마음껏 젊은 날들을 즐기고, 누리고, 사랑하고, 웃고, 놀아야 해요. 저처럼 맨날 술도 퍼마시고요.”
    투박하고 촌스러운 발표였지만 웃음이 풉 하고 터져 나왔다. 동시에, 젊음의 눈부신 빛이 파도처럼 내 눈앞에 밀려왔다. 그의 말은 진리와 웃음이 한데 버무려져 있었다.
    모두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청중이 웃는다는 건 그들의 감성까지도 움직였다는 말이다. 머리로 하는 이해를 넘어서 마음속의 감정까지 움직여야 진리도 마음에 더 깊이 와 닿는 것 아닐까. 무언가를 배우기 위한 최상의 방법은 먼저 ‘느끼는’ 것이다. 웃음이든 눈물이든 뜨거운 감정을 통해 흡수하는 그것이야말로 진리의 실체다. 웃음은 진지함을 이긴다.

    _손화신은 에세이 <나를 지키는 말 88>의 저자다. 스피치 모임을 10년 동안 진행해오며, 진정한 말은 침묵으로부터 나온다는 것을 깨달았다. ‘제대로 된 한 마디’를 하기 위해 말의 뿌리인 침묵 안에서 우리가 무엇을 키워나가야 하는지를 이야기한다. 현직 음악담당 기자이며, 길스토리 프로보노이자 카카오 브런치 작가로도 활동 중이다. 글 쓰는 것을 가장 좋아한다. ( 브런치 주소: brunch.co.kr/@ihearyou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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