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탕여행
사진·글 : 김형석 (포토그래퍼. www.ebonyandivory.co.kr)
새해를 맞아 방 정리를 하다가 웬 설탕이 나왔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지난 여행의 흔적이 발견되었다.
2018년 런던에서 취리히로 향하던 그때.
기내식이 나왔고, 언제나 그렇듯 소금이나 후추, 설탕은 딱히 쓸 일이 없어 그냥 둔다.
그런데 그 유럽 여행이 Covid-19 이전의 마지막 여행이 될 것을 직감이라도 했던 것일까.
귀여운 설탕을 기념으로 챙겨왔었나 보다.
새해에는 불필요한 물건들을 과감히 버리기로 결정하였기에,
이 설탕도 쓰레기통으로 직행할 수밖에 없어 아쉬운 대로 증명사진을 찍었다.
지난날의 행복했던 ‘여행’을 증명하는 사진을...
_김형석은 사진작가다. 일본 패션잡지에서 사진기자로 일했고, 현재는 ‘에보니앤아이보리’ 스튜디오의 대표 사진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자크타티’와 ‘에릭 로메르’의 영화를 좋아하고 여행을 즐기며, 음악이 없어서는 안 되는 사람이라고 한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들여다보기 좋아하는 사진작가”이다. 길스토리 프로보노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