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답게 걷는 바다
글 : 손화신 (작가)
"넌 좀 재미없게 사는 것 같아."
누가 봐도 다이내믹한 삶을 사는 친구가 말했다.
나는 그날 잠자리에 들며 나의 재미없는 삶에 대해 생각해봤다.
뾰족한 수 없이 친구의 말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나는 누가 봐도 단순하고 재미없는 삶을 살고 있다.
나는 화려한 곳에 가는 것보다 바다를 걷는 게 더 재미있고, 블록버스터 영화보다는 지루한 영화가 더 재미있는 그런 사람이다.
하지만 문득 그런 생각도 들었다. 나만 아는 재미들을 누구에게도 인정받지 못한 채 이대로 살고 싶다는 생각.
아무도 인정해주지 않는 무엇이 있다는 것. 그것은 내가 나답게 살아가고 있다는 증거가 아닐까.
내가 생각하는 재미있는 삶이란 남들로부터 이런 질문을 받는 삶이다.
"너는 그게 대체 왜 재미있어?"
_손화신은 에세이 <나를 지키는 말 88>의 저자다. 스피치 모임을 10년 동안 진행해오며, 진정한 말은 침묵으로부터 나온다는 것을 깨달았다. ‘제대로 된 한 마디’를 하기 위해 말의 뿌리인 침묵 안에서 우리가 무엇을 키워나가야 하는지를 이야기한다. 현직 음악담당 기자이며, 길스토리 프로보노이자 카카오 브런치 작가로도 활동 중이다. 글 쓰는 것을 가장 좋아한다. ( 브런치 주소: brunch.co.kr/@ihearyou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