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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패션에 대한 글을 쓰는 패션칼럼니스트입니다
    Eunjung Kim
    Fashion Column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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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WISH (2014-01-14)
    추천수 261
    조회수   2,433
    WISH
    글·사진 : 김은정 (패션칼럼니스트)
    어느새 한 해의 끝자락에 와 있으니 바야흐로 새해 소망을 빌 때가 되었다. 소망을 빌 때가 되니 새삼 이때껏 가졌던 소망들을 되돌아보게 된다. 마음 속에 고이고이 품었기에 빛을 보았던 소망 의 조각들. 산타클로스 할아버지가 계속 귀한 선물을 가져다 주길 비는 마음. 바비 인형의 것처럼 아름다운 공주 드레스를 소유하기를 비는 마음. 공부를 더 잘하길 비는 마음. 엄마 친구들한테 예쁘다는 소리를 듣길 비는 마음. 대학에 합격되기를 비는 마음. 패션 공부를 파리에서 할 날이 오길 비는 마음. 근사한 남자친구가 생기기를 비는 마음. 헤어진 남자친구를 잊기를 비는 마음. 친구가 많이 생기길 비는 마음. 아들을 낳길 비는 마음. 다음의 승진 대상에 오르길 비는 마음. 당시에는 그토록 간절했건만 시간의 흐름 속에서 퇴색되어 아련한 아득함을 남긴다. 살면서 비는 마음이 몇 더미를 이루는지 모르겠다. 바라는 것이 꽤 수두룩하니 말이다. 소망들 역시 새로운 모습으로 태어나는 것이 좋은 모양이다.
    초등학교 때에는 나중에, 어른이 되면 날씬하게 해달라는 바람이 거세게 일었고, 프랑스어를 구사해야 했던 스위스에서의 중학교 시절에는 옆 동에 사는 동생 뻘의 주재원 자녀만큼 프랑스어를 할 수 있기를 빌었다. 그들은 우리 가족보다 스위스에서의 생활을 먼저 시작했던 관계로 저학년 생 이웃 자매의 프랑스어 구사력은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내 삶에 난데 없이 들이닥친 프랑스어를 거리낌 없이 입 바깥으로 내보이고 싶었다. 한국에 돌아온 고등학교 3학년 말 즈음해서는 대학 캠퍼스에 발을 디뎌놓는 것이 소원이었고 대학에 들어가고 나서는 졸업 후 파리로 유학을 가는 것이 소원이었다. 유학을 마칠 무렵에는 취업을 기원하게 되었고, 원했던 잡지사에 취직이 되어 입지를 굳히게 되니 죽을 때까지 좋아하는 일을 손에서 놓지 않게 되기를 희망하게 되었다. 한 아이의 엄마가 되어서는 무엇보다 아이의 건강과 행복을 비는 마음이 앞질렀고, 남편의 일로 인해 한국을 떠나 외국에 거주하면서부터는 아프지 말기를 비는 마음이 그 어느 때보다 배가되었고, 커리어를 뒤로 하고 가정에 눌러 앉는 새로운 삶을 택하면서 빌게 된 소원은 꾸준한 독서와 머리 쓰기로 게으름을 예방하는 것이었다.

    이처럼 마음 속 가마에는 해가 바뀌면 새로운 희망의 불꽃이 들어서곤 한다. 갑오년 말띠로 다가오는 2014년, 내게는 세 가지 바람이 고개를 들었다. 첫 번째, 아들이 원하는 대학에 갈 수 있기를 기원한다. 유명한 학교를 바라는 것도 아니고 그저 아이가 지망하는 캠퍼스에 발을 내디디면 소원이 없겠다(아니다. 인간은 욕심쟁이라 또 다른 소원들이 등극할 것이다). ‘일류’에 집착하지 않는 것이 현명한 처사라는 생각이다. 두 번째, 8개월 전 다친 발가락이 치유되기를 빈다. 존재감이 없던 전혀 뜻밖의 희망 사항이다. 어처구니 없는 부주의로 발가락이 침대 옆에 있던 의자 다리에 부딪혀 지금까지 고생하고 있다. 뛰는 사람들이 한없이 부럽다. 슬리퍼를 신은 수많은 맨발들을 보면 상념에 젖는다. 발가락을 다시 굽힐 수 있는 행복을 되찾고 싶다. 세 번째, 남편의 새로운 일터가 된 홍콩에서 우리 부부, 고운 그림 그리며 잘 살았으면 싶다. 기러기 엄마로 산지 어언 2년 반. 세 식구가 두 식구로 변한 여정에서 고개 든 팍팍함과 이별할 때가 되지 않았나 싶다. 내년 가을 아들은 우리 곁을 떠날 것이고, 우리 부부는 예전처럼 다시 함께할 것이다. 아들의 부재가 텅 빈 선물상자처럼 느껴지지 않았으면 한다. 아이의 자리가 비면 불안감이 비집고 들어온다는 얘기를 익히 들었기에 근심이 눈앞을 가린다. 하지만 나는 믿는다. 간절히 원하면, 원하는 마음을 채우고자 쏟아 부을 에너지의 파워가 강해질 것이 분명할 것이며 그로 인해 앞을 향한 한 걸음에 힘이 더 들어갈 것이라고. 그것이 결국 한 해 한 해의 문을 힘차게 여는 원동력이라고.
    이 글을 마치고 나면 컴퓨터가 놓인 책상 뒤로 마주 보이는 흰 벽에 위에서 언급한 세 가지 소원을 크게 써서 붙일 생각이다. 매일같이 뚫어져라 쳐다보면 동공에 맺혔다 심장으로 전이될 것이요, 심장으로 전이되면 믿음 속에 꼭꼭 숨겨졌던 여백이 채워질 것만 같다. 뜨거운 소망으로 가열된 심장은 또 다른 일년을 가동시킬 전력이 되어줄 것이다. 고백하건대 소망을 하나 둘 셋으로 나열해 보기는 처음이다. 나이를 먹으면서 유아적이 되어간다. 적어놓지 않으면 각인이 안 되니 말이다. 그리고 마지막 한 마디. 덧붙는 ‘불변의 소망’이 있다. 돌보지 않으면 눈깜짝할 사이 달아나는 것, 나약한 것, 바로 건강이다. 반짝이는 신규 소망도 건강이 뒤따르지 않으면 이행될 수 없다. 가족과 친지, 친구들이 건강을 다잡았으면 한다. 너무 뻔한 희망이자 소망이자 염원이지만 해를 거듭할수록 더없이 소중해지는 ‘욕심’이다.

     

    _김은정은 이화여대 불어불문학과와 프랑스 파리 에스모드 스타일리즘 학과를 졸업했다. 파리에서 일하다 패션잡지 「엘르」가 국내에 들어온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패션 에디터로의 열망을 안고 한국에 돌아왔다. 패션 라이센스 잡지 엘르(ELLE KOREA), 마리 끌레르(Marie Claire KOREA)에서 패션&뷰티 디렉터, 마담 휘가로(madam figaro KOREA)에서 편집장을 역임했다. 이후 샤넬 코리아(CHANEL KOREA)에서 홍보부장으로 근무했다. 현재는 싱가포르에 거주하며 패션에 관한 글을 한국의 패션잡지에 기고하며 패션 칼럼니스트로 활동하며 패션과의 끈을 단 한순간도 놓지 않고 살고 있다. 저서로는 [Leaving Living Loving](2009), [옷 이야기](2011)가 있다. ⓒPhoto by Jin Soo 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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