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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손화신의 조용한 수다방
    당신의 따뜻한 말 한 마디에 세상은 흐드러지게 피어나고
    Hwashin Son
    Writer
    손화신 / 상세보기
    버스에 올라타면 나는 승객이 됩니다
    추천수 156
    조회수   1,298
    버스에 올라타면 나는 승객이 됩니다
    글 : 손화신 (작가)

    어린이는 '가질 수 있는 것'을 매일 가지고 그것에 기뻐할 줄 아는 존재다. 어린이는 무엇이든 '될 수 있는' 존재다. 미래에 무언가가 되길 희망하기보다는 오늘 무언가가 되는 사람인 것이다.
    버스에 올라타면 어린이는 승객이 '된다'. 빵집에 들어가면 어린이는 빵 고르는 사람이 '된다'. 미용실에 가면 어린이는 머리카락 잘리는 사람이 '된다'. 놀이터에 가면 미끄럼틀 타는 사람이 '되고', 동물원에 가면 기린과 인사 나누는 사람이 '된다'.
    그들은 매 순간 주체다. 어린이가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기 때문에 주체적 인간이 아니라는 말은 어른들의 헛소리다. 어른은 미래에 무엇이 되길 꿈꾸지만 어린이는 지금 이 순간 모든 것이 된다. 의사가 되고 싶고, 배우가 되고 싶고, CEO가 되고 싶은데 아직 그것들이 안 돼서 되어야만 하는 어른들 사이에서 그들은 이미 모든 것을 가진 인간으로서 충만한 하루를 보낸다.
    버스에 올라타 지루한 얼굴로 앉은 어른들 속에서 어린이는 승객으로서 자신이 해야 할 일을 하고 누릴 수 있는 것들을 누린다. 그들에겐 목적지에 도착하는 것만 중요한 게 아니다. 손잡이를 잡아보려고 애쓰고 벨을 먼저 누르려고 앞자리 또래와 경쟁하고 버스의 덜컹거림에 꺄르르 비명을 지르고 교통카드 찍히는 소리를 따라하기도 하며 차창 밖으로 보이는 가게와 강아지에 대해 이야기한다.
    오늘 하루 아이의 마음으로 살아본 나는 커피 마시는 사람이 되었고, 음악 듣는 사람이 되었으며, 심지어 글 쓰는 사람이 되었다. 완벽해! 내가 바란 것들이 다 이루어진 오늘이 특별하지 않은 날이라고, 평범한 날들 중 하나일 뿐이라고 누가 말할 수 있을까.
    - 이 글은 손화신 작가의 에세이 <아이라는 근사한 태도로>에 실린 글입니다.

    _2016년 8월부터 길스토리 크리에이터 멤버로 활동 중이다. 6년째 문화예술 전문 기자로 일하고 있으며, <나를 지키는 말 88>의 저자이기도 하다. 2019년 9월 1일, ‘제6회 카카오 브런치북’ 대상에 빛나는 두 번째 책 <아이라는 근사한 태도로>(웨일북)를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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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RE 돌멩이를 주웠는데 소중한 것...
    NEXT 백 번 놀랐지만 천 번은 더 놀랄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