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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패션에 대한 글을 쓰는 패션칼럼니스트입니다
    Eunjung Kim
    Fashion Column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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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전 (2014-02-10)
    추천수 268
    조회수   2,539
    글·사진 : 김은정 (패션칼럼니스트)
    아이를 무사히 잘 키우기. 회사가 저절로 돌아가게 만들기. 영적으로 성장하기. 탱고를 배우기. 생각에 그치지 않고 실천하며 살기. 마음이 원하는 것에 귀 기울이며 살기. 수험생 엄마가 되는 관계로 조금 덜 바쁘게 살기. 아이를 갖기. 시나리오 한 편을 쓰기. 전의 것보다 완성도 높은 책을 내기. 피아노를 배우기. 6년 전에 하던 일 다시 하기. 여러 가지 일을 동시에 하면서 균형을 찾기. 신학대학에 다니기. 가사 도우미에 더 이상 의존하지 않기. 우선순위에 들지는 않지만 하면 좋은 것을 행하기. 오페라를 공부하면서 경청하기. 봉춤에 집중하기.
    무엇 무엇을 해볼 것이라는 결의를 뒤따르는 행동은 생활을 움직이도록 가동시켜주어 삶이 무기력해지지 않도록 독려한다. 삶 속에는 수많은 동사와 목적어들이 녹아 있고 무게와 느낌이 제 각각인 이들은 인생에 독이 되기도 약이 되기도 한다. 새해를 맞는 사람들은 으레 약으로 작용할 이 단어를 주시하고 그것을 내 것으로 만들기 위해 사력을 다한다. 겁과 용기를 동시에 퍼주는 이것, 한 발자국 앞으로 내딛도록 도와주는 이것, 살아갈 가치를 부여하는 이것, 이것 앞에서 심장은 팔딱거리다 작아지고 고민의 통로를 거쳐 부풀어 올랐다 움츠려 드는 등 압박이 아닌 압박이 찾아 든다. 이건, 기분 좋은 압박이다. 우리를 애쓰도록 밀어붙이는 이 힘의 이름은 도전이다.
    말랑말랑한 도전은 없다. 도전은 그 책임을 감당할 수 있을지 초조감과 불안감을 불러오기도 하지만 능력의 한도를 늘여나갈 수 있으리라는 희망을 품도록 부추겨 준다는 점에서 제자리에 서 있고 싶어하지 않은 이들이 자연스럽게 택하게 되는 약이 아닐까 싶다.

    도전에 대해 누군가 물어오면 나는 광적으로 살을 뺐던 경험을 이야기한다. 혹자는 이렇게 말할 것이다. 그토록 바보 같은 짓이 무슨 도전이냐고. 대학교 1학년 때 나의 무모한 도전은 극한에 이른 다이어트라는 특명을 달고 실행되었다. 하루의 음식 섭취량을 8백 칼로리로 제한시켜 호리호리한 몸매로 가꾸고 싶었던 것이다. 어렸을 적부터 붙어 다닌 뚱뚱보라는 명찰을 떼어 버리고 싶은 마음이 무지막지하게 비대해진 나머지 머릿속은 날씬한 여자의 형상으로 도배되어 있었다. 옷 가게에서 맞는 사이즈를 찾지 못해 생긴 낙심은 병으로 남았고 결국 맛난 먹거리와 마실 거리를 입에 대지 않는 상황으로 이끈 결과 투실투실했던 처녀는 이디오피아의 깡마른 여자처럼 변했다. 세상의 기아들을 생각하면 옳은 처사는 아닌 것이 분명하나 불가능과 부딪혀보겠다는 의지를 꺾을 수 없었다. 도전은 그렇게 나를 건드렸고, 소심한 여자의 불 같은 소심함을 덜어주면서 또 다른 도전이 꿈으로 전이되는 토양을 마련해주었다.
    올해 형체를 드러낸 나의 도전은 세 가지 유형의 건강 증진을 목표로 삼고 있다. 제일 먼저 당면할 과제는 이른바 몸 가꾸기로 체계적인 근육과 유산소운동을 통해 중년의 신체를 단련시킬 계획이다. 작년 발가락을 다친 이후 발에 무리를 주면 안 된다는 의사의 금지 사항을 철석같이 지킨 결과 다부진 모양을 잡아가던 몸은 흐물흐물한 두부로 변했다. 헬스 트레이너의 엄한 가르침에 편승하여 몸 건강을 되찾는 일이 시급하다. 솔직히 나는 운동을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다.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어렸을 적 뚱뚱했던 탓에 잽싼 움직임을 요구하는 체육 시간이 두려워 체육이 있는 날 아프기를 바랐다. 체력장이 열리면 소화장애에 걸린 듯 불안함과 불편함이 심신을 짓눌렀다. 그렇게 성장하는 사이 운동과 나는 남남이 되었다. 두 번째 도전은 세 번째 책 집필에 임하는 것이다. 2009년 첫 책을 낼 때의 다짐은 2년에 한 권씩 작업하는 것이었다. 4년이 지난 현재의 스코어는 두 권에 머물러 있다. 2011년 출간된 두 번째 책이 마지막이었다. 올 가을 새롭게 둥지를 틀 곳에서 대대적인 두뇌 노동을 시작하지 않으면 게으름의 바다에서 헤어나오지 못할 것 같다. 정신도 가꾸지 않으면 망가진다. 마지막으로 덤비고 싶은 것은 팔찌를 만드는 기술을 익히는 것이다. 한 손에 다 잡히는 귀고리에만 집중했을 뿐 좀 더 덩치 큰 알들이 들어가는 팔찌가 부담스러웠던 것이 사실이다. 귀고리 만드는 법을 배우는 동안 팔찌의 구슬들을 엮는 방법을 잠깐 익히긴 했건만 마무리를 짓는 과정이 난해하게 와 닿았던 까닭에 팔찌를 심히 좋아하는 데도 불구하고 온 신경을 귀고리에만 쏟았다. 귀고리를 조몰락거리다 보면 다채로운 질감과 색상, 크기를 조율하는 사이 1밀리미터씩 성장해 가는 감각이 만져진다. 감각이 빠진 삶은 슬프다. 몸과 정신만 일구어서는 멋이 발을 들여놓을 수가 없으므로 어디선가 데려와야 하고 데려오기 위해서는 예술적 관심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관심이 가면 뭔가가 느껴지고 그 느낌은 무의식 속에 잔상으로 남아 내적으로든 외적으로든 표출이 된다. 감각은 삶의 빛깔을 풍요롭게 칠해준다. 블루 마운틴 커피가 입 안에 퍼지는 것처럼 말이다.

    잘 모르는 것, 안 하던 것, 알아도 자신이 없는 것에 노크를 할 때다. 마음이 허락하는 영역에서. 자신감과 자존을 취득하기 위해 도전은 보약이다. ‘자신’을 찾기 위해 탄생하는 각양각색의 도전은 세상을 성장시킨다. 그런 세상의 일원이라는 사실에 슬그머니 미소가 그려진다.

     

    _김은정은 이화여대 불어불문학과와 프랑스 파리 에스모드 스타일리즘 학과를 졸업했다. 파리에서 일하다 패션잡지 「엘르」가 국내에 들어온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패션 에디터로의 열망을 안고 한국에 돌아왔다. 패션 라이센스 잡지 엘르(ELLE KOREA), 마리 끌레르(Marie Claire KOREA)에서 패션&뷰티 디렉터, 마담 휘가로(madam figaro KOREA)에서 편집장을 역임했다. 이후 샤넬 코리아(CHANEL KOREA)에서 홍보부장으로 근무했다. 현재는 싱가포르에 거주하며 패션에 관한 글을 한국의 패션잡지에 기고하며 패션 칼럼니스트로 활동하며 패션과의 끈을 단 한순간도 놓지 않고 살고 있다. 저서로는 [Leaving Living Loving](2009), [옷 이야기](2011)가 있다. ⓒPhoto by Jin Soo 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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