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의 맛
글 : 이가영 (작가)
일본의 옛 시조에서는 ‘벚꽃’은 죽음을 상징한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왠지 4월은, 그런 잔인한 슬픔을 떠올리게 한다.
이제는 전국에 벚꽃이 만개할 텐데,
이 탐스러운 꽃 길을 걸을 수 있는 풍요를 선물 받고서도,
한편으로 스산해지는 이 묘한 계절.
그 달콤 쌉싸름한 4월의 맛.
클로드 모네의 연꽃.
빛을 인지할 수 없는 맹인이 되고서도 손끝 감각만으로 하늘의 구름처럼 뭉게뭉게 떠다니는 꽃을 연작으로 그렸던 빛의 화가. 그런데 유독 이런 작품들에 하이쿠를 갖다 두면 그럴싸하다. 간단하면서도 명징한 듯 투명한 느낌. 그런 입체적인 안정감이 느껴진다.
이 그림처럼 누구도 무엇도 아닌, 아주 작고 사소한 것들의 시.
아니, 아무리 시래도 너무 단숨에 끝나서 당혹감마저 안겨주는 말장난.
일본의 정형시 하이쿠(俳句)
그리고 여기, 익살스럽지만 가만히 들여다보면 슬픈 시를 짓는 사람이 있다.
그는 달팽이, 메뚜기, 파리, 벼룩 등 작은 미물에 대한 시를 썼다. 그렇게 때론 우스꽝스럽고, 때로는 난처하게 안타깝고도 가엾지만 동시에 어여쁜 삶에 대해 노래한다.
그것도 아주 간결하게, 단 한 줄로…
시인은 꼭 봄날에 오색찬란한 꽃을 보아도 그 순간이 지닌 어여쁨만을 보지 않았다. 그 모든 것들은 아픈 동시에 찬란하고, 그리운 동시에 지겨운 것을, 그 일상 속 작은 속삭임을 포착해 남겨 두었다.
때론 사람이 꼬리에 꼬리를 무는 불행 속에 살다 보면, 자기 자신은 물론 세상 모든 만물에 대한 여유와 다정함을 박탈당한 채 살 수 있는데, 그는 평생토록 이 짧은 시들을 쓰면서 자신처럼 버림받고 추하고 보잘것없는 것들을 사랑했다.
그 다정한 마음으로, 오래도록 깊고 자세히 보았다.
사랑스럽게도 보았다.
고바야시 잇사 (小林一茶, 1763년 6월 15일 ~1827년 1월 5일)
이 달콤 쌉싸름한 4월의 맛 같은, 한숨 같기도 한 고백들을 그리워해야지.
여름에 태어나 겨울에 간 이 소년을 생각해야지.
[참고 자료]
• 블로그 [문소영 기자의 미술관 속 비밀도서관]의 클림트 그림과 잇사 하이쿠 구절
• 도서 "백만 광년의 고독 속에서 한 줄의 시를 읽다(류시화 저)"
_이가영은 끊임없이 오랜 시간 동안 소설 쓰기를 하는 작가다. 제대로 읽고 쓸 수 있으며, 명확하게 말하고, 섬세하게 들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그녀는 소설로 등단을 하겠다는 꿈을 갖고 있는 "글을 쓰는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