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에 급브레이크 걸고 완전히 휴식 하겠습니다
글 : 손화신 (작가)
어른을 한 마디로 정의해보라면 나는 이렇게 말할 것이다. 생각이 많은 사람들. 조금만 더 길게 정의해보라 한다면? 그럼 이렇게 말해야지. 생각이 많아서 스스로를 괴롭히는 멍청이들.
고백하자면, 그 멍청이 대열에서도 저기 저 앞쪽에 선 자가 바로 나다. 나는 내가 만든 생각에 짓눌려 자신을 괴롭히는 인간 군상의 완벽한 표본이었다. 이런저런 수많은 생각을 하는 것보다 천만 배 더 고통스러운 건 하나의 생각을 반복해서 하는 것이었다.
사소하고 별 거 아닌 생각이라도 그걸 계속 되풀이하다보면 시커멓고 깊은 구덩이 하나가 만들어지고, 그 구덩이에 결국 내가 빠지는 건 자명한 수순이었다.
늪에서 나오는 방법은 하나였다. 아예 스위치를 꺼버릴 것. 생각이란 녀석을 창밖으로 가차 없이 집어던져야 했다. 어떠한 생각을 ‘안 하려고’ 애쓰는 게 답인 줄 알고 그렇게 노력했더니 ‘그 생각을 하지 말자’란 문장에서 ‘그 생각’이란 글자가 점점 더 진해지며 커졌다. 거대해져서 나를 완전히 덮쳐버렸다.
그 생각을 ‘안 하려고’ 하지 말고, 다른 생각을 ‘하려고’ 해야 한다. 포인트는 ‘다른’ 생각을 하는 것이다. 전환. 스위치 온, 스위치 오프. 그럴 때 망각의 은총이 내게 소리 없이 내려 앉아 ‘그 생각’을 씻겨내려 줬다. 그럼 난 다시 평온의 길 위로 진입할 수 있었다.
주기적으로 생각에 브레이크를 걸고, 완전히 머리를 비워줄 필요가 있다는 걸 깨달았다.
_2016년 8월부터 길스토리 크리에이터 멤버로 활동 중이다. 6년째 문화예술 전문 기자로 일하고 있으며, <나를 지키는 말 88>의 저자이기도 하다. 2019년 9월 1일, ‘제6회 카카오 브런치북’ 대상에 빛나는 두 번째 책 <아이라는 근사한 태도로>(웨일북)를 출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