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변하려고 노력하지 않겠습니다
글 : 손화신 (작가)
모자란 것을 그 자체로 완성으로 바라본다는 건 '미완'을 받아들인다는 말과 같다. 성숙하지 않고서는 할 수 없는 일이다. 나를 채워가기 위해 노력하는 것보다 어려운 일인지도 모른다. 내가 원하는 이상향을 향해서 나아가지 않더라도 어쩌면 나는 내가 선 이 자리에서도 완전해질 수 있는 것 아닐는지.
초승달은 노력할 필요가 없다. 초승달은 보름달이 되지 못한 미완성의 달이 아니라 그냥 초승달이니까. 그러니 보름달이 되려고 힘써야하는 존재가 아닌 것이다. 이런 점을 고치면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을 거야, 이건 나의 부족한 점이고 흠이니까 보완해야지. 이런 생각을 달고 살다보니 나는 보름달을 꿈꾸는 초승달이 되어버렸다. 그건 내가 나로 사는 게 아니었다.
이제는 더 나은 초승달이 되려고 애써보려 한다. 보름달이 아니라. 더 가늘고 더 섬세한, 보름달은 도저히 흉내 낼 수 없는 예술적인 초승달이 되고 싶다. 어쩌면 보름달이라는 완성을 향해 나아가는 게 초승달의 임무가 아니라, 초승달이라는 미완을 완성으로 받아들이는 게 초승달의 임무일지도 모른다.
"Please look at the imperfect human being God gave you to love once."
(신이 너에게 한 번 사랑해주라고 보내신, 불완전한 인간을 보아라.)
- 커트 보니것, <세상이 잠든 동안> 중
어쩌면 신은, 이 세상은, 어른스러운 완성의 나보다 아이 같은 미완성의 나를 더 사랑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5살짜리 아이는 더 나은 인간이 되기 힘을 빼지 않는다. 그들은 성장해야만 한다고 자신을 재촉하지도 않는다. 나도 노력하지 않아야할 일은 더 이상 노력하지 않으리. 내 부모가 나를 사랑하려고 노력하지 않고서도 나를 사랑하는 것처럼. 너무 더운 여름이 가을이 되고 싶어 조급해하지 않고서도 푸르르 듯.
_2016년 8월부터 길스토리 크리에이터 멤버로 활동 중이다. 6년째 문화예술 전문 기자로 일하고 있으며, <나를 지키는 말 88>의 저자이기도 하다. 2019년 9월 1일, ‘제6회 카카오 브런치북’ 대상에 빛나는 두 번째 책 <아이라는 근사한 태도로>(웨일북)를 출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