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라도 저는 웃어야겠습니다
글 : 손화신 (작가)
아, 내가 웃음을 잃어버렸구나 하고 느끼는 순간은 아이러니하게도, 웃을 때다. 밤에 자려고 누워서 인스타그램을 쭉 훑어본다. 그러다가 유머 게시글을 보고는 어둠 속에서 홀로 빵 터진다. 실컷 웃고 나면 그제야 비로소 깨닫는 것이다. 아... 나 오늘 처음 웃는 거네?
어릴 때는 자기 전 빼고 하루 종일 수시로 웃었다. 병아리 발톱만큼만 웃겨도 웃어댔다. 한바탕 미친 듯이 웃었던 기억은 근사한 곳을 여행하거나 대학에 합격한 일처럼 내 인생의 잊을 수 없는 날로 남아있었다.
어쩌면 웃음을 찾는 건 본능일지도 모르겠다. 배꼽 잡고 크게 터뜨리는 묵직한 웃음이 아니어도 좋다. 일상의 길 위에서 흩날리는 꽃잎처럼 가벼운 유머들이 내 삶도 가볍게 해주었다. 그 가벼움이 삶을 견디게 해주었다.
크고 작은 웃음들은 진지하고 경직된 나를 툭 건드려 힘을 빼게 만들었고, 그렇게 좀 웃고 나면 뭐든 견딜만해지고 뭐든 별 거 아닌 일처럼 여겨졌다. 그건 여러 번 느껴도 매번 기분 좋은 느낌이었다.
아이들이 가벼운 건 자주 웃어서다. 자주 웃는 사람이 어떻게 무거울 수 있을까. 그건 처음부터 앞뒤가 안 맞는 말 아닌가. 힘 좀 빼고 자려고, 낮에 못 웃은 나는 오늘 밤에도 휴대폰을 만지작거릴 것 같다. 이렇게라도 나는, 웃어야겠다.
"그대의 마음을 웃음과 기쁨으로 감싸라. 그러면 1천 해로움을 막아주고 생명을 연장시켜 줄 것이다." (윌리엄 셰익스피어)
_2016년 8월부터 길스토리 크리에이터 멤버로 활동 중이다. 6년째 문화예술 전문 기자로 일하고 있으며, <나를 지키는 말 88>의 저자이기도 하다. 2019년 9월 1일, ‘제6회 카카오 브런치북’ 대상에 빛나는 두 번째 책 <아이라는 근사한 태도로>(웨일북)를 출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