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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빠르게 지나가는 도시의 속도를 멈추고, 천천히 흐르는 시골버스에 몸을 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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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SSAY
    Ep.02 목적지 없이 오른 남해 시골버스

  • #남해 공용터미널 버스 정류장


  • #농어촌 버스 할머니들

    서울에서 4시간 반,
    남해에 도착했다.

  • 이번 여행은 ‘시골버스’를 위한 답사여서 모든 교통수단을 버스로 한정 지었다. (남해는 자가 용이 없으면 돌아다니기 꽤 힘든 지역이다.)

    모든 가능성을 열고 출발했다. 목적지는 없었다. 정해놓고 이동하면 숙제가 되어 버릴 것이 분명하여 조금씩 마음을 열고 그때 그 마음이 올라오길 기다렸다.
    몰입의 기본은 비움이라 생각했다.

  • 그때 내가 탄 버스는 바닷가를 끼고 달렸었다.

    ’한려해상국립공원’ 방면으로 가는 버스 티켓을 끊고 30분 정도를 기다려 버스에 올라탔다. 번호도 없는 버스를 타는 것에 핸드폰의 정보는 무용지물이었다. 안내하시는 할머니의 말씀에 따라 무작정 올라탈 수 밖에 없었다.


  • #농어촌 버스 풍경


  • 버스에 올라타니 나를 제외하고 모두 할머니 할아버지였다. 이분들이 안내방송을 한다고 생각하니 한 분 한 분이 궁금해졌다. 그 목소리엔 분명 남해의 역사와 당신의 역사가 들어 있을 것이다.


  • 눈이라도 마주치면 어디에서 왔는지, 어디로 가는지 여쭤보신다. 서울에서는 부담이 여기 에선 관심이다. 혼자 왔지만 혼자가 아니게 하는 마음들

  • 예상한 목적지와는 달리 바깥이 좋아 무작정 내렸다. 같이 내린 할아버지에게 잘만 한 곳이 있느냐 물어보니 한쪽을 가리키신다. 서울에서 숙소를 검색해보곤 잘 곳이 마땅치 않아서 걱정을 좀 했는데, 막상 도착하니 마을 사람들이 진짜 정보를 알려주었다.

  • 아직 손안의 세상보다는 발품이 먹히는 시대라고 생각했다. 바로 짐을 풀고 자전거를 타고 밖으로 향했다.


  • #이동면 원천리 풍경

  • 해 질. 녘 부부가 배의 뒷일을 마무리한다. 한참을 아무 말도 없이 그물 손질을 한다. 잔잔한 파도소리 위에 갈매기 울음소리만 포개진다. 한참을 앉아서 어부의 시간에 나를 맞췄다. 서울에 두고 온 사람들이 생각났다.



  • #이동면 원천리 풍경




  • #남해 바래길 노을

  • “카톡”
    서울에 있는 이들에게 연락이 온다. 그들은 아직 회사에 있고, 그래서 남해에 있는 내가 부럽다는 이야기를 했다. 하지만, 나 역시 불안한 마음이 가득했다. ‘시골버스’는 무얼 말해야 할지, 어떻게 말해야 할지 막막했다.

    ‘몰입의 기본은 비움이니라’ 천천히 고민을 흘려보냈다. 노을이 나를 안아주는 기분이었다.
    별 수 없었다. 안길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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