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reative Lab
  • INTRO
  • CREATOR
  • TOPIC
  • HOT
  • 손화신의 조용한 수다방
    당신의 따뜻한 말 한 마디에 세상은 흐드러지게 피어나고
    Hwashin Son
    Writer
    손화신 / 상세보기
    오늘은 달걀노른자를 터뜨려보겠습니다
    추천수 346
    조회수   2,378
    오늘은 달걀노른자를 터뜨려보겠습니다
    글 : 손화신 (작가)

    나는 일상에서 이미 만들어진 길로만 다니려는 사람이었다. 계란 프라이를 굽는 스타일도, 분리수거하는 방식도 무의식적으로 어릴 때부터 집에서 봐온 대로 하고 있었던 것 같다. 말하자면, 부모님의 라이프스타일을 생각 없이 따라 하며 살고 있었다.
    예전엔 이 사실을 알아채지 못했다. 어릴 때부터 봐왔던 게 엄마의 계란 프라이였으니 그렇게 해야지만 제대로 된 계란 요리를 한 기분이었다. 그런데 부모님도 나와 똑같은 사람이고 인생을 처음 살아보는 사람이라는 걸 깨달았을 때, 나만의 방식을 새로이 찾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 내 인생인데 내 방식이 없는 거지?
    기존의 것을 거부하고 새 것을 만들어가는 도전은 사실 별 게 아닌지도 모른다. 평생 안 터트리고 굽던 계란의 노른자를 한번 깨트려보는 그런 거. 일탈이 도전이다.
    어른이 되어가면서 기존의 일정한 방식에 익숙해지고, 그러면서 그것만이 옳다고 믿게 되지만 어쩌면 그건 그저 ‘익숙함’ 이상도 이하도 아닌 것 아닐까. 삶의 방식, 라이프스타일이란 건 정답과 오답으로 나눠지는 게 아니라 빛의 스펙트럼처럼 넓고 다양한 경우의 수를 지니는 것이다. 우리가 아이였을 땐, 그 스펙트럼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들지 않았나.
    하루에 하나씩, 무엇이든 작은 일탈을 하고서 그 시도가 내게 새로운 세계를 가져다주는 걸 지켜보는 건 꽤 설레는 일일 것이다.
    “당신이 지금까지 살아온 것처럼 앞으로도 살아간다면 세계도 지금까지와 다를 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앞으로 당신이 살아가는 방식을 바꾼다면 그에 따라서 세계도 새로운 얼굴을 보여줄 것이고 더욱 커질 것이다.” - 비트겐슈타인, <논리철학논고> 중

     

    _2016년 8월부터 길스토리 크리에이터 멤버로 활동 중이다. 6년째 문화예술 전문 기자로 일하고 있으며, <나를 지키는 말 88>의 저자이기도 하다. 2019년 9월 1일, ‘제6회 카카오 브런치북’ 대상에 빛나는 두 번째 책 <아이라는 근사한 태도로>(웨일북)를 출간했다.
    추천스크랩 목록
    PRE 글쓰기가 우리를 성장시키는 ...
    NEXT 동그란 것보단 뾰족한 글이 좋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