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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가영의 LES ESSAI
    제대로 읽고 쓸 수 있으며, 명확하게 말하고, 섬세하게 들을 수 있기를 원합니다
    Gayoung Lee
    Writer
    이가영 / 상세보기
    7월의 여행자 (2016-07-08)
    추천수 296
    조회수   1,960
    7월의 여행자
    글 : 이가영 (작가)

    아무리 인생은 길고도 짧은 여행이라지만, 대부분의 우리들은 앞으로만 나아가던 활동적인 투어를 어느 순간 멈춰야 할 때라는 걸 시간에게 통보 받았을 때면, 일단 당황하게 된다. 더 이상 자신을 직업으로서 정의할 수 없는 시기가 왔다는 것에 서글픈 것처럼 아니면 더 이상 당신이 이 세대의 주인공이 아니라는 사실에서 오는 헛헛함인가? 그런데 모든 면에서 평범했던 이 부부는 아무래도 특이하다. 어린아이 때부터 지금까지 모든 여행을 끝맺기를 고대해 왔다니. 그저 은퇴할 65세가 되기를 고대했다니! 두 사람이 조용히 함께 살 꿈의 집을 구하고, 차를 마시며 사는 풍경을 그때부터 상상해왔다고. 이 단순하면서도 명쾌해 보이기까지 한 삶이 또 있을까? 그리고 이제는 항상 두 사람은 함께 꿈꾸던 그림 같은 집을 구했다. 오직 두 사람만의 집.
    이제는 이곳에서 남은 여생을 물 흐르는 대로 보내는 일만 남았는데...
    그런데 이럴 수가, 어느 날 오후 4시.
    비 오는 날인지 눈 오는 날이었는지 현관문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오고, 노부부의 일상은 지독한 악몽으로 변한다. 그 정체불명의 거구의 심술궂은 표정을 한 이웃집 남자는 아무 말 없이 들어와 소파에 자리 잡고 앉아 몇 시간 이고 침묵을 하고 있다가 간다. 혹여나 문을 열어주지 않으면 문을 부수기라도 할 것처럼 정말 계속 두드린다. 결국 교양 있고 점잖은 이 부부가 도저히 안 열어주고는 못 배긴다.
    그 작은 사건 이후, 그가 알고 있다 믿었던 자신에 대한 모든 것들은, 인간에 대한 모든 것들은 모두 부서지고 만다.
    “사람은 스스로가 어떤 인물인지 알지 못한다.
    자기 자신에게 익숙해진다고 믿고 있지만 실제로는 정반대이다.
    세월이 갈수록 인간이란 자신의 이름으로 말하고 행동하는 그 인물을
    점점 이해할 수 없게 된다. 그렇다고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자신이 낯설게 느껴진다고 한들 무슨 불편이 있을 것인가?
    그 편이 오히려 나을지도 모른다.
    자신이 어떤 인간인지 알게 되면 혐오감에 사로잡힐 테니까.
    만약 내게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다면-무슨 일이냐고?
    그 일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그러니까, 베르나르댕 씨를 만나지 않았다면,
    당연히 이상하게 느꼈어야 할 그런 일을
    나는 아직도 당연하게 여기고 있었을 것이다.
    그 사건이 시작된 것이 언제부터인지 자문해 본다.”
    [Amelie Nothomb의 ‘les catilinaires’ - 오후 4시/열린책들]
    아마 몇 가지 추정은 가능할 것이다.
    정말 그런가? 짐작할 수 있겠는가?
    이미 지나버린 어제의 세계로부터 온 그 모든 사건의 전말들을 헤아릴 수 있는가?
    앞을 내다 볼 수 없는 여행자는 도저히 그럴 수가 없다.
    과거에도 지금도, 먼 이후에도 없을 것이다.

    Rue de la Paix, Place Vendome in the Rain
    splace vendome in the rain
    [Edouard Leon Cortes]

     

    _이가영은 끊임없이 오랜 시간 동안 소설 쓰기를 하는 작가다. 제대로 읽고 쓸 수 있으며, 명확하게 말하고, 섬세하게 들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그녀는 소설로 등단을 하겠다는 꿈을 갖고 있는 "글을 쓰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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