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시작
글·사진 : 우근철 (에세이스트)
내가 아는 한 분이,
요즘 부쩍 영어공부를 하려 한다.
그분의 나이
아플 수도 없다는 마흔.
지금 해서 뭐 하나.
언제 뭐부터 하려고 하나.
"헬로. 나이스 투 미투."
라고 더듬하며 인사를 하는데.
사뭇 진지하다.
그리고 이런 말을 덧붙인다.
그냥 외국인 보면
내 소개 정도는 하고 싶다고,
내가 원하는 건 원어민도 아니고,
우수한 성적의 영어시험 점수도 아니라고.
그냥 지금보단 조금 나아지는 거.
그래서 다시 시작해보려는 거다.
라고 말하는데.
그 "다시시작"이란 말이
참으로 감동적이었다.
우리네 살아가며 많은 목표를 갖고,
도전하고 포기하고 실패하지만,
그 후론 꼴도 배기 싫어 골방 속에
감춰든 먼지 쌓인 것들이 부끄럽게 떠올랐다.
그래서일까.
그 "다시시작"이란 말이
"이제는 천천히 한 걸음" 처럼 울린다.
다시시작
이제는 천천히 한걸음
_우근철은 에세이스트(Essayist)다. [어느 젊은 광대이야기(2010)]와 [그래도 괜찮아(2015)]가 그의 저서다. 페이스북 페이지 “사각형이야기”를 운영하며 젊은 청춘들과 소통을 즐기는 그는 경민현대미술관 초청 사진전 ‘위로_당신의 마음을 위로합니다’, [제법 따뜻한 여행]의 1인 기부활동가로도 활동했다. 투박하지만 솔직한, 간결하지만 깊이 있는 글과 사진을 채우며 세상을 들여다 보는 우근철은 길스토리에서 프로보노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