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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1년, 그의 하나뿐인 아들은 매우 난감한 상황에 처한다. 정말이지 어느 쪽을 선택해도 애매 했다. 고인의 유언에 따라 미완성 유고를 공개할 것인가, 아니면 문학의 역사에 기여하기 위해서라도 보존할 것인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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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가영
2017-04-03 18:33:52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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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지층 그 사이사이, 우리는 항상 누군가에게 빚을 지고 산다. 다시 처음으로 시작한대도 차마 갚을 수 없는 영혼의 빚을. 아마 신의 축복을 몰아 받은 풍운아라 하면, 바로 그 빚이 최대한 많은 사람일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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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가영
2017-03-02 13:51:38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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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불균등하고 불규칙하며 형태가 여러 가지인 운동이다.”
-미셸 에켐 드 몽테뉴
무릇 신년이라면 그곳이 어디든 새로운 다짐과 따듯하면서도 든든한 오래된 격언들이 하늘 곳곳에 구름처럼 걸려있는 것만 같은 기분이 든다. 하지만 동시에 때를 잊지 않고 언제든 찾아오는 공기 같은 습관 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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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가영
2017-01-02 14:54:26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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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어머니는 지금 사라지고 없는 시공간에서 온 사람이다.”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뜬다는 스칼렛 오하라의 그 유명한 대사 같기도 한 단어들. 하늘에 무지개가 뜨면 또 지는 법이라고, 그렇게 삶이 오고 가는 그 모습 자체를 하나의 그림으로 묘사한 듯한 제목. 한 아들과 어머니가 함께 써 내려간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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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가영
2016-12-01 19:37:39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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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6년 12월 28일 열두 살에 처음 시작한 이후로 소년은 생생하고 다부지던 몸이 점점 흐릿해지는 과정에 대해 평생을 썼다. 아무리 세상에 그 누구도 생각이 같지 않고, 저마다 다른 환상을 가지고 있다지만 이 남자는 좀 유별나다. 온 생애동안 자신의 몸, 그 피와 뼈 살로 이루어진 육체의 흐름을 생각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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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가영
2016-09-01 15:05:2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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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일기는 불행한 사람들이나 쓰는 걸지도 몰라요.
지금이 힘든 사람들은 차마 털어놓지 못한 고민들을 종이에 쏟아붓게 되잖아요.그래서 나는 일기를 쓰지 않으려 했어요.
그런데 키티, 덜컥 당신을 선물로 받는 바람에 어쩔 수가 없네요.
물론 지금까지 불행하다고 생각한 적은 없지만, 그래도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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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가영
2016-08-02 19:18:27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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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인생은 길고도 짧은 여행이라지만, 대부분의 우리들은 앞으로만 나아가던 활동적인 투어를 어느 순간 멈춰야 할 때라는 걸 시간에게 통보 받았을 때면, 일단 당황하게 된다. 더 이상 자신을 직업으로서 정의할 수 없는 시기가 왔다는 것에 서글픈 것처럼 아니면 더 이상 당신이 이 세대의 주인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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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가영 (작가)
2016-08-01 16:51:16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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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리리랄라~
싱숭생숭 민숭민숭하다.
이즈음처럼 알 수 없는 계절이 또 있었나?
요새 해는 쓸데없이 일찍 출근해서 커튼을 안치고 잠들면 새벽 다섯 시 즈음부터 훤하다. 몸은 아직 잠들어있는데 괜히 눈만 껌뻑껌뻑, 괜히 지표면이 뜨거워지기 전에 혼자라도 나가서 신나게 뜀박질하고 와야 할 것...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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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가영 (작가)
2016-08-01 16:47:47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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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살은 따사롭고 온몸이 쑤신다.
이유 없이 그냥 졸릴 때.
아 벌써 오월이던가.
시간은 아무래도 축지법을 사용할 줄 아는 것 같다.
입춘을 벚꽃을 휘날리며 팔 벌린 때가 정말 지난 주말서부터, 어쩌면 한 달 전쯤이었다고 굳게 믿고 있었다. 하지만 마음의 시간과는 다르게 벌써 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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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가영 (작가)
2016-08-01 16:40:27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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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옛 시조에서는 ‘벚꽃’은 죽음을 상징한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왠지 4월은, 그런 잔인한 슬픔을 떠올리게 한다.
이제는 전국에 벚꽃이 만개할 텐데,
이 탐스러운 꽃 길을 걸을 수 있는 풍요를 선물 받고서도,
한편으로 스산해지는 이 묘한 계절.
그 달콤 쌉싸름한 4월의 맛.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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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가영 (작가)
2016-08-01 16:36:38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