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그림·글 : 이성수 (화가)
two paths over the flower field 10F*16 oil on canvas 2013
떠나 보자. 돌아올 수 있을 만큼만.
끈을 매고 창문에서 뛰어내리듯
나의 여행은 삶을 위한 삶의 포기이다.
그래서 난 이제 잠시 자유롭다.
긴장을 버리고 일상을 버리고
내가 아닌 다른 이가 되어보자.
그러면 나를 기다리고 있을 것은
덩쿨가득한 꽃밭이다.
꽃밭에서 난
집을 짓지 않아도 될 만큼만
머무를 것이다.
내가 꽃의 요정의 속삭임을
들을 수 있을 동안만.
내가 꽃잎이 떨어짐에 비명을
지를 수 있을 동안만.
그리고 난 향기를 입고 돌아와
다시 40일의 긴 삶을 살아갈 것이다.
_이성수는 서울대학교 조소과를 졸업했다. 2003년부터 국내외에서 다수의 개인전을 열었고 그룹 전과 아트페어에 참가했다. 그의 작품에는 사람이 있고, 환상이 있고, 웃음이 있고, 공기가 있고, 바다가 있으며 그 안에 너와 내가 있다. 환경, 동물, 사람이 존재하고 융합되는 그의 이미지는 때로는 부드럽게 따뜻한 시선으로 때로는 지독하게 차가운 얼굴로 다가와 세상의 무엇을 이야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