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ep throat
그림·글 : 이성수 (화가)
deep throat 60F oil on canvas 2012
저자에게 보내는 경의.
난 오늘 다시 그의 말을 듣습니다.
그가 했던 어떤 말이 다시 떠올라
페이지를 뒤적이고 있습니다.
그의 말은 매우 강력해서
나의 세계가 되었습니다.
단어들은 형상이 되고
그 사이 공간들은 형상의 배경이 되었습니다.
그의 글을 읽는 순간
내가 앉아있는 이 공간은
오히려 진공이 됩니다.
그리고 나의 몸의 기능은
눈과 손과 뇌만 남기고 퇴화되어
어떤 승화가 진행됩니다.
가장 원시적인 이 가상의 경험이 주는 마법이 위대한 것은
글을 읽는 동안 어떤 타자가 지어낸 그 내용이
너무 쉽게 마치 진실처럼 내게 받아들여져
나의 세계를 다시 조금씩 수정해간다는 사실입니다.
글을 쓴 그는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나의 세계를 만들어낸 창조자이며,
그것을 강요하는 독재자이나,
또한 대체할 수 없는 영웅입니다.
_이성수는 서울대학교 조소과를 졸업했다. 2003년부터 국내외에서 다수의 개인전을 열었고 그룹 전과 아트페어에 참가했다. 그의 작품에는 사람이 있고, 환상이 있고, 웃음이 있고, 공기가 있고, 바다가 있으며 그 안에 너와 내가 있다. 환경, 동물, 사람이 존재하고 융합되는 그의 이미지는 때로는 부드럽게 따뜻한 시선으로 때로는 지독하게 차가운 얼굴로 다가와 세상의 무엇을 이야기한다. ⓒLee Soungsoo soungsoolee@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