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 그리고 명상
글 : 손화신 (작가)
우리는 매 순간을 충실하게 살고자 노력했으며, 자연 속에서 우리 자신을 돌아보는 일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 하루라도 한적한 평원을 거닐며 마음을 침묵과 빛으로 채우지 않으면 우리는 갈증 난 코요테와 같은 심정이었다.
- 오타와 족, ‘검은 새’의 말
당신들은 계절의 바뀜도 하늘의 달라짐도 응시하지 않는다. 당신들은 늘 생각에 이끌려 다니고, 남는 시간은 더 많은 재미를 찾아 자신을 돌아보지 않는다. 자기를 돌아보는 침묵의 시간이 없다면 어찌 인간의 삶이라 할 수 있는가.
- 쇼니 족, ‘푸른 윗도리’의 말
명상은 영혼의 범주에 속하는 일이다. 스티브잡스가 아이폰을 만들 때 명상을 통해 영감을 얻었다는 이야기는 유명하다. 스티브잡스 같은 사업가에게도, 그림을 그리거나 글을 쓰는 예술가에게도, 산 속에 파묻힌 스님에게도 명상은 필요하다. 명상 없이 영혼을 맑힐 수 없다.
생각을 비우는 게 명상이라지만 생각을 안 하는 게 어디 쉬운 일인가. 생각이 일어나도 상관없다. 일어나는 생각들을 없애려고 하거나 컨트롤하려고 애쓰지 않고 그저 고요히 일어나는 생각들을 관찰하는 것. 제 3자의 위치에서 내 마음속에 일어나는 생각들을 바라보고 그것을 흘려보내는 작업이 바로 명상이다.
그러한 ‘알아차림’ 속에서 자신의 마음을 한 발짝 밖에서 바라보는 것, 그리하여 참나와 만나는 시간. 이것이 진실한 자아와 대면하는 명상의 순간인 것이다. 이성과 감성이란 굴레에서 벗어나 오직 영성에 의한 힘으로 이어가는 자신과의 대화 속에서 우리는 참 자아, 내 영혼의 민낯과 마주할 수 있다.
명상은 사색과 다르다. 사색만으로는 영혼의 깊이를 키울 수 없다. 철학적인 생각들을 한다고 해서 영혼이 성장하지는 않는다. 사색은 명상을 통과해야만 위대한 사상으로 발전한다. 마치 김치가 숙성의 시간을 거쳐야 몸에 좋은 효소들을 생성하듯. 근대철학에 큰 영향을 끼친 철학자 임마누엘 칸트는 산책을 통해 사색과 명상을 병행했던 대표적 인물이다. 사람들이 그의 규칙적인 산책을 보고 시간을 맞췄다는 일화는 잘 알려져 있다. 그가 만약 책상머리에 앉아 책 읽고 글을 쓰며 사색에만 잠겼더라면 농익은 철학의 결실은 없었을지도 모른다.
잠과 싸워야 하는 명상이 힘들다면 그저 침묵하라. 아무것도 하지 말고 가만히 침묵하라. 침묵은 영혼이 숨 쉬는 집이다.
- 이 글은 <나를 지키는 말 88>(쌤앤파커스)에 실린 글입니다.
_손화신은 에세이 <나를 지키는 말 88>의 저자다. 스피치 모임을 10년 동안 진행해오며, 진정한 말은 침묵으로부터 나온다는 것을 깨달았다. ‘제대로 된 한 마디’를 하기 위해 말의 뿌리인 침묵 안에서 우리가 무엇을 키워나가야 하는지를 이야기한다. 현직 음악담당 기자이며, 길스토리 프로보노이자 카카오 브런치 작가로도 활동 중이다. 글 쓰는 것을 가장 좋아한다. ( 브런치 주소: brunch.co.kr/@ihearyou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