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트리를 꺼내며.
그림·글 : 이성수 (화가)
in the morning of Christmas 40P oil on Glass plate 2007
크리스마스 트리를 꺼내며.
어제 난 오래된 실내용 크리스마스 트리를 다시 창고에서 꺼냈다.
한해 한 해 모아서 이젠 다 걸 수도 없는 장식품들을 펼쳐놓고 있으니
지나간 크리스마스의 기억들이 다시 내게 순서 없이 밀려온다.
크리스마스 시즌엔 늘 설렘이 있다.
그러나 그 설렘은 실상 당일이 되면
불발된 불꽃포탄처럼 어떤 아쉬움이 되어 사라져버리곤 한다.
수십 번의 크리스마스를 보내며 내가 깨닫게 된 것은
12월 25일이라는 날짜나 그 본 의미보다,
크리스마스에 대한 기대감이
내게 진정한 의미의 크리스마스였다는 사실이다.
무엇인가를 그토록 기대한다는 것은
설령 그 결과가 내 기대감과 전혀 다르다고 해도
그 자체로 완결된 하나의 실체이다.
그래서 올해도 난 크리스마스에 대한 기대감을
의심 없이 설렘으로 즐기고 있다.
_이성수는 서울대학교 조소과를 졸업했다. 2003년부터 국내외에서 다수의 개인전을 열었고 그룹 전과 아트페어에 참가했다. 그의 작품에는 사람이 있고, 환상이 있고, 웃음이 있고, 공기가 있고, 바다가 있으며 그 안에 너와 내가 있다. 환경, 동물, 사람이 존재하고 융합되는 그의 이미지는 때로는 부드럽게 따뜻한 시선으로 때로는 지독하게 차가운 얼굴로 다가와 세상의 무엇을 이야기한다. ⓒLee Soungsoo soungsoolee@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