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돌을 던지다
글 : 손화신 (작가)
깊은 산속에 나무꾼이 살았습니다. 나무꾼은 가난하게 태어나 평생 땔나무만 하는 자신의 신세를 한탄했습니다. 그런 나무꾼 앞에 어느 날 산신령이 나타났습니다.
"너는 뭐가 그리 불만이더냐?"
"산신령님, 저는 이 지긋지긋한 나무일 대신 더 멋진 생활을 하고 싶어요."
"그래, 좋다. 이 산의 꼭대기에 올라가면 돌이 많이 있을 것이다. 그중 황금돌을 찾아내서 내게 가지고 오면 너의 소원을 들어주겠다."
나무꾼은 산신령의 말대로 매일 산꼭대기에 올라가 황금돌을 찾았습니다. 하지만 온통 평범한 돌들뿐이었습니다. ‘이거다!’ 싶어 집어 들면 그냥 돌이었고, 그럴 때마다 실망한 나무꾼은 산 밑으로 돌을 던져버렸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나무꾼은 언제나처럼 돌들을 살피던 중 태양에 반짝하고 빛나는 뭔가를 발견했습니다.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그것을 집어든 나무꾼은 온몸에 전율을 느꼈습니다. 그렇습니다. 바로 그토록 찾아왔던 황금돌이었습니다. 나무꾼은 너무나 기쁜 얼굴을 하고는 산 밑으로 그 황금돌을 던져버렸습니다.
위의 이야기는 누군가 제게 들려준 것입니다. 반사적으로 돌을 던져버린 나무꾼처럼 되지 않으려면 몸에 밴 나쁜 습관을 고쳐야 한다는 해석을 함께 주더군요. 여러분은 이 이야기를 듣고 무슨 생각을 하셨나요? 저는 이 얘기가 '나쁜 습관'에 대한 이야기라기 보단, '상상의 힘'에 대한 이야기로 들렸습니다.
나무꾼은 매일 산꼭대기에 올라 열심히 황금돌을 찾았고 결국 돌을 찾아냈습니다. 하지만 나무꾼은 정말 중요한 한 가지를 빠뜨렸습니다. 황금돌을 찾아낸 이후의 자신의 모습을 상상하지 못한 것이지요. 나무꾼이 정말로 소원을 이루고 만족한 생활을 하는 미래 속 자신의 모습을 상상할 수 있었다면 어땠을까요? 어렵게 찾은 황금돌을 자신도 모르게 산 밑으로 던져버리는 실수 따위는 하지 않았겠지요.
꿈을 이룬 후의 내 모습을 그리는 것. 이것은 꿈을 위해 달리는 것만큼이나 중요한 노력이 아닐까 합니다. 만일 나의 꿈이 변호사라면 열심히 법률서적을 읽고 공부하는 것 외에도, 변호사가 된 후의 내 모습을 머릿속에 그릴 줄 알아야겠지요. 몸에 맞는 멋진 정장을 입고 법정에서 변론을 펼치는 모습, 죄 없는 이의 무죄를 입증해내고 가슴 가득 뿌듯해하는 모습, 모교를 방문해 자랑스러운 선배로서 후배들에게 특강하는 모습... 그런 미래의 모습들을 그림 그리듯 그려보고 벅찬 감정을 앞당겨 느껴보는 것. 상상이야말로 꿈꾸는 자에게 꼭 필요한 열쇠가 아닐까 싶습니다.
_손화신은 에세이 <나를 지키는 말 88>의 저자다. 스피치 모임을 10년 동안 진행해오며, 진정한 말은 침묵으로부터 나온다는 것을 깨달았다. ‘제대로 된 한 마디’를 하기 위해 말의 뿌리인 침묵 안에서 우리가 무엇을 키워나가야 하는지를 이야기한다. 현직 음악담당 기자이며, 길스토리 프로보노이자 카카오 브런치 작가로도 활동 중이다. 글 쓰는 것을 가장 좋아한다. ( 브런치 주소: brunch.co.kr/@ihearyou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