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쩔 수 없는 건, 매력
글 : 손화신 (작가)
매력이란 도무지 어쩔 수가 없는 것이다. 그래서 힘이 세다. ‘말하기’를 예로 들어 보자. 발성, 발음, 내용, 메시지, 표정까지 완벽한 발표를 해도 그 사람 자체의 매력이 없으면 듣는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지는 못한다. 달변가보다 매력가가 되는 게 말의 가치를 더욱 높이는 일이다.
말을 잘 못해도, 그 사람 말이라면 귀 기울여 듣고 싶게 만드는 매력이 있는, 그런 사람이 좋다. 눈에 보이지 않지만 영혼이 아름다운 사람에게 누구든 끌린다. 말처럼 귀로 들리진 않아도, 인격이라는 무언의 음성을 들려주는 사람에게 반드시 끌리기 마련이다. 그런 사람과의 대화라면 별 시답지 않은 말들도 풍요로운 음악처럼 들릴 것만 같다.
그렇다면 매력 있는 사람이 대체 어떤 사람이냐고 묻는다면 단도직입적으로 이렇게 답하고 싶다.
"나다운 사람이 매력적인 사람이다."
아무리 말을 잘 해도 그가 하는 말이 자신의 진실한 모습을 있는 그대로 당당하게 담아낸 것이 아니라면 그의 말은 매력적으로 다가오지 않는다. 자신을 있는 그대로 드러낼 줄 아는 사람, 나다움을 잃지 않고 살아가는 사람은 조용한 가운데서도 언제나 당당한 기운에 넘친다. 그런 기운이 바로 매력이다. 자신감이란 표현도 얼추 맞겠다.
나답게 산다는 건 자신의 결점까지도 받아들이고 어떤 순간에서도 당당함을 잃지 않는 것이다. 나는 이렇게 믿고 있다. 자신의 잘난 것을 드러내는 게 자신감이 아니라, 자신의 못난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는 게 자신감이라고. 그게 진짜 나다운 거라고.
어쩔 수가 없는 게 매력이어서 나는 어쩔 수 없이 이렇게 밖에 말할 도리가 없다. 말이 곧 인격이고, 말이 곧 그 사람이라면 더 나은 인격을 갖고 더 나다운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하는 게 말을 잘 하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이 아닐까? "저 사람 말은 참 좋아" 하고 누군가를 칭찬한다면, 그건 그 사람이 참 좋다는 소리다. 그의 말발이 좋다는 게 아니라 그의 인격이 마음에 든다는 소리다. 진짜 무서운 건 ‘매력’이다.
_손화신은 에세이 <나를 지키는 말 88>의 저자다. 스피치 모임을 10년 동안 진행해오며, 진정한 말은 침묵으로부터 나온다는 것을 깨달았다. ‘제대로 된 한 마디’를 하기 위해 말의 뿌리인 침묵 안에서 우리가 무엇을 키워나가야 하는지를 이야기한다. 현직 음악담당 기자이며, 길스토리 프로보노이자 카카오 브런치 작가로도 활동 중이다. 글 쓰는 것을 가장 좋아한다. ( 브런치 주소: brunch.co.kr/@ihearyou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