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남의 순간
그림·글 : 이성수 (화가)
arrows and dots 50by73cm oil on canvas 2015
한 없이 가리키는 화살표가
대상을 만나면 이제서야 의미가 된다.
이 지시의 기호는 생각을 이해하게 하는
원시적이면서도 좋은 도구이지만
시적이거나 인간적이거나 매력적이라기 보다
수단으로써의 간결한 냉기만을 느끼게 한다.
그러나 수없이 많은 이 기호들이
동시에 어떤 대상을 만나
상황을 갖게 되면,
그 곳엔 맥락이 발생하고
만져지는 형태가 구성되며
아주 신성한 원형이 생성되어
기호를 쏜 궁수에게
절박한 말을 걸어오기 시작할 것이다.
내가 경험한 삶에 견주어 말하자면,
인생은 그렇듯 쏘아 올려진 많은 화살이다.
그 방향성과 꿰뚫는 시선이
결국 아무런 대상도 만나지 못한다면
그저 쏘아진 화살들은 언젠가 떨어질 궤적에 불과할 것이다.
그래서 지시와 대상이 만나는 이 순간이 더욱 특별하다.
진실하고 영원하다. 혼돈이 명료함으로 바뀌는 전환의 순간.
이 짧은 영원들이 반복되기를.
_이성수는 서울대학교 조소과를 졸업했다. 2003년부터 국내외에서 다수의 개인전을 열었고 그룹 전과 아트페어에 참가했다. 그의 작품에는 사람이 있고, 환상이 있고, 웃음이 있고, 공기가 있고, 바다가 있으며 그 안에 너와 내가 있다. 환경, 동물, 사람이 존재하고 융합되는 그의 이미지는 때로는 부드럽게 따뜻한 시선으로 때로는 지독하게 차가운 얼굴로 다가와 세상의 무엇을 이야기한다. ⓒLee Soungsoo soungsoolee@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