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향기
그림·글 : 이성수 (미술가)
Headache 40P oil on canvas 2008
여름은 위풍당당하였다.
모두들 이 여름이 지나갈 걸 알면서도 의문하지 못하였다.
이 폭군의 위세는 대단하여 생각하고 느낄 잠시의 쉬는 시간도 주지 않았으며 폭염의 신기록을 갱신하였다.
그렇게 우리는 최초로 경험하는 진한 열병에 원망의 대상을 찾게 되었다.
그리고 발견한 것은 더위가 분노도 녹여버렸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우리는 분노 아닌 짜증 만을 내었다.
무려 삼십일 동안, 아무런 저항 없는 짜증의 나날들.
그러나 하루 아침에, 미약한 한 울음의 빗줄기와 함께 여름은 수증기가 되어 흩어졌다.
새 계절이 왔다.
시원함의 계절. 이제 우린 이 아름다운 시원함을 입으며 감사할 대상을 찾는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그 대상이 지난 여름은 아니라는 것이다.
고통이 안도의 이유가 될 수는 없는 것이다.
그저 나는 여름 동안 나를 지속하게 해준 몇 번의 시원한 등목 만을 기억하고 있다.
_이성수는 서울대학교 조소과를 졸업했다. 2003년부터 국내외에서 다수의 개인전을 열었고 그룹 전과 아트페어에 참가했다. 그의 작품에는 사람이 있고, 환상이 있고, 웃음이 있고, 공기가 있고, 바다가 있으며 그 안에 너와 내가 있다. 환경, 동물, 사람이 존재하고 융합되는 그의 이미지는 때로는 부드럽게 따뜻한 시선으로 때로는 지독하게 차가운 얼굴로 다가와 세상의 무엇을 이야기한다. ⓒLee Soungsoo soungsoolee@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