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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때로는 부드럽게 따뜻한 시선으로 때로는 지독하게 차가운 얼굴로 다가와 세상의 무엇을 이야기합니다
    Soungsoo Lee
    Painter
    이성수 / 상세보기
    Fish lover
    추천수 136
    조회수   1,561
    Fish lover
    그림·글 : 이성수 (미술가)

    한때 내가 물고기를 잡던 사람이었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일입니다.
    나는 싱싱한 미끼를 팽팽한 실 끝 바늘에 매어 막연한 강물에 던지고는 바늘 끝에 입술이 꿰어 고통에 진저리 침과 그보다 예상 못 한 나의 일방적 폭력에 당황스러워 몸부림치던 손끝의 그 감각을 느끼기 위해 여러 날을 지새웠던 사람입니다.
    어느 날 나는 한 물고기를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나선 그들의 고통이 나 자신의 것으로 느껴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처음엔 그들을 위해 노끈으로 채찍을 만들어 낚시터마다 돌아다니며 판을 뒤엎고는 뒤지게 맞곤 했습니다. 물고기의 고통이 매일 내 입술에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바뀌는 것은 없었습니다. 오늘도 누군가는 여러 가지 이유로 작은 바늘을 구부리겠죠. 그래서 이젠 더 이상 싸우지 않기로 했습니다. 그저 내가 지나가는 길에서 만나는 물 덤벙 어느 곳에나 다가가 내가 그날 줄 수 있는 만큼의 먹이 조금으로 베풀어 볼 뿐입니다.
    나는 애초에 물고기를 사랑하기 때문에 먹이를 구해 베푸는 것이 아니라 미안함을 잊기 위해 먹이를 던집니다. 공감에서 오는 매일의 상상적 통증은 그 정도만으로도 충분히 잠잠해지기 때문입니다.

     

    _이성수는 서울대학교 조소과를 졸업했다. 2003년부터 국내외에서 다수의 개인전을 열었고 그룹 전과 아트페어에 참가했다. 그의 작품에는 사람이 있고, 환상이 있고, 웃음이 있고, 공기가 있고, 바다가 있으며 그 안에 너와 내가 있다. 환경, 동물, 사람이 존재하고 융합되는 그의 이미지는 때로는 부드럽게 따뜻한 시선으로 때로는 지독하게 차가운 얼굴로 다가와 세상의 무엇을 이야기한다. ⓒLee Soungsoo soungsoole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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