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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신의 따뜻한 말 한 마디에 세상은 흐드러지게 피어나고
    Hwashin Son
    Writer
    손화신 / 상세보기
    글쓰기는 무의미를 의미로 바꾸는 연금술
    추천수 385
    조회수   2,059
    글쓰기는 무의미를 의미로 바꾸는 연금술
    글 : 손화신 (작가)

    비스와바 쉼보르스카가 쓴 긴 시의 시작은 이랬다.
    인생이란...... 기다림.
    리허설을 생략한 공연.
    그의 말처럼 인생이란 기다릴 수밖에는, 달리 도리가 없는 무엇이다. 리허설? 턱도 없는 소리. 막이 오르면 그때그때의 매 신 안에서 우리는 움직이고 말하며 그 신을 소화해야 한다. 어떤 준비도 할 것 없이 그저 맞이해야 하는 것이 삶이어서 스스로 의지를 내어 할 수 있는 건 다음 신을 기다리는 일 뿐이다. 그러나 별일 없는 밤이 오면 리허설 없는 공연도 잠시 멈추고, 어떤 이들은 그 틈을 노려 글을 쓴다. 세상이 잠깐 하품하는 사이에.
    연금술의 시간이다. 혼자 글 쓰는 밤. 무의미를 유의미로 바꾸는 장막 뒤의 시간이다. 아무리 계획을 세우고 예행연습을 해도 1분 후의 삶은 예상할 수 없는 낯선 나라다. 그저 우린 비금속의 시간을 살아낸 다음 연금술을 시도해 의미라는 귀금속으로 그것을 바꿀 따름이다. 아무도 모르게.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은 음악 안에서 의미를 찾고, 글을 사랑하는 사람은 글 안에서 의미를 찾는다. 결국 그릇의 형태만 다를 뿐 본질은 같다. 우리가 사랑하는 그것에는 우리의 삶이 투영되어 있으므로.
    글을 쓴다. 아니, 의미를 찾는다. 진흙을 고귀한 금으로 바꾼다. 내가 괴롭던 때에 노트를 꺼내어 쓴 글들, 그 고통의 글들은 결국 금이 되었다. 종이 위에 빽빽하던 잉크들은 역겨운 고름이었다가 마침내는 순금으로 거듭났다. 노트의 마지막 장을 덮으면서 나는 두 번째 삶을 열었다.
    "비행을 한번 맛보면 하늘을 바라본 채 걷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곳으로 돌아가기를 간절히 바라게 될 것이다." (레오나르도 다빈치)
    글을 쓰기 시작하고 나는 의미 없는 삶으로 다시는 돌아갈 수 없게 됐다.
    - 손화신 에세이 <쓸수록 나는 내가 된다>(다산초당) 중

     

    _2016년 8월부터 길스토리 크리에이터 멤버로 활동 중이다. 6년째 문화예술 전문 기자로 일하고 있으며, <나를 지키는 말 88>의 저자이기도 하다. 2019년 9월 1일, ‘제6회 카카오 브런치북’ 대상에 빛나는 두 번째 책 <아이라는 근사한 태도로>(웨일북)를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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